수많은 장르의 음악 중에서 왜 클래식, 현대음악에 빠지게 됐을까.
“어머니께서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습니다. 놀 때도 클래식과 함께했죠. 클래식 라디오 진행자처럼 곡에 대해 또는 작곡가에 관해 설명하면서 저만의 라디오 쇼를 녹음하는 게 취미였어요.”
여섯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홍성지 작곡가는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친구들이 가요나 팝송에 빠지던 초등학교 시절, 그는 음악시간에 들은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발레음악에 매료됐고 차이콥스키를 비롯해 브람스 교향곡을 즐겨 들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며 화면을 가득 채운 모차르트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어린 나이임에도 운명처럼 자신 안의 열정을 마주했고, 그렇게 작곡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한양대 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게 됐으니, 작곡 공부에서만큼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게 하자’고 다짐했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는 졸업 때까지 매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런던왕립음악원에도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런던왕립음악원은 영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유수의 음악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다. 홍성지 작곡가는 이곳에서 공부하며 오히려 한국에서 배운 것들의 뛰어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긴 시간 해외에서 활동하며, 크고 작은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한국인 작곡가’로 활동하는 데에는 학창 시절을 향한 애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전 세계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처음에는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한양대에서, 한국에서 익히고 배운 것들, 제가 노력했던 시간이 빛을 발했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바로 지금, 학창 시절에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더 빠져들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아직도 텅 빈 오선지를 대할 때면 문득 두려움을 느낀다는 홍성지 작곡가. 그는 매일 영감을 떠올리려 하고, 곡을 구상하고, 리듬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몸을 단련하듯,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을 그리고 있다.
“요즘은 하버드대 프롬음악재단에서 두 번째로 위촉을 받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현대음악제에서 초연할 신곡 작업 중이에요. 누군가에게 마술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100년, 200년이 흘러 지금의 음악이 클래식이 됐을 때 ‘홍성지의 음악이구나’ 알아볼 수 있는 저만의 언어를 구축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