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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현대 의학에서 중요한 치료제 중 하나다.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응급 상황이나 국소 감염이지만 세균 감염이 거의 확실한 경우에 효과가 있다.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처럼 세균이 원인인 감염성 질환에서는 항생제가 생명을 좌우한다.
그러나 항생제는 모든 감염에 듣는 약이 아니다. 감기, 독감,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나 곰팡이에 의한 감염에는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는 여전히 ‘빨리 낫게 해주는 약’, ‘혹시 모르니 써두면 좋은 약’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오해가 바로 항생제 내성 문제의 출발점이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변이를 일으켜, 기존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항생제를 자주, 불필요하게, 혹은 처방된 기간보다 짧게 복용할수록 내성균은 더 빠르게 늘어난다.
특히 감기나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실제로는 치료 효과 없이 내성균만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증상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대부분 질병의 자연 경과일 뿐, 항생제 효과가 아니다.
문제는 내성균에 감염됐을 때다.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치료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중증 감염에서는 사망 위험이 커지고, 치료 기간은 길어지며, 의료비 부담도 커진다. 특히 고령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중환자실 환자에서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은 ‘조용한 팬데믹’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된다.
항생제는 세균성 감염이 명확하거나 강하게 의심될 때만 사용해야 한다. 폐렴, 요로감염, 세균성 피부감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에도 항생제의 종류, 용량, 복용 기간은 질환의 중증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엄격히 정해진다.
항생제는 오래 쓰는 약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1주 내외의 적절한 기간이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면 살아남은 세균이 내성균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처방된 기간을 지켜 복용해야 한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프로그램(항생제 스튜어드십)’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항생제를 무조건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항생제를 가장 적절한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게 목표다.
또한 병원 내에서 내성균 전파를 막기 위해 손 위생, 소독, 감염 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항생제 내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관리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무서운 약’도 아니고 ‘만능 약’도 아니다. 제대로 사용하면 생명을 구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미래의 치료 기회를 빼앗는다. 간이나 신장 장애 환자, 고령자, 소아, 임신 및 수유 중인 여성,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기 쉬운 환자 등은 항생제 복용에 더 주의해야 한다.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원칙은 단순하다.
항생제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우리는 내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한 발 더 멀어질 수 있다.
항생제는 세균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을 차단해 효과를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세균을 보호하는 ‘세포벽’을 만들지 못하게 파괴하거나, 세균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및 DNA의 합성을 억제하는 방식이 있다. 인간의 세포에는 세포벽이 없거나 세균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항생제는 인체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세균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세균 역시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항생제의 공격을 효소로 파괴하거나 자신의 방어막을 변형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내성’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