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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건강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염’과 ‘발목터널증후군’

  • 글 의학과 김성재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형외과)
  • 정리 편집실
  • 일러스트 박하영
잘못된 자세로 움직이거나 너무 무리해서 운동하면 다양한 발목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발목 뒤편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아킬레스건염 또는 발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그냥 방치하면 더 큰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킬레스건염과 발목터널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아킬레스건염에는 ‘원심성 스트레칭’이 효과적

아킬레스건염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약 6~10%가 일생에 한 번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된 원인은 달리기, 등산, 반복적 점프, 장시간 보행처럼 ‘반복적 과부하’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요즘 유행하는 마라톤, 달리기를 즐길 때 가장 많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이다. 하지만 운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도 아킬레스건염이 반복되는 경우들이 많아 단순 과사용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결국 기질적 구조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킬레스건의 선천적 단축이다.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의 길이가 짧은 경우, 같은 활동을 해도 힘줄이 받는 장력이 훨씬 크다. 이때 반복적인 신전 부하(늘여서 펼치는 동작 시 가해지는 부담)가 과도하게 집중되면 염증과 미세파열이 발생하고,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미세 손상이 축적되면 힘줄이 퇴행하게 된다. 쪼그려 앉을 때 뒤로 넘어가거나 스쾃(Squat) 자세에서 발목이 유난히 뻣뻣한 사람은 대부분 아킬레스건이 짧은 범주에 속한다.

뒤꿈치 정렬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상적인 뒤꿈치는 다리 축에 비해 약간 바깥쪽(외반)으로 위치하며 발을 지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런데 평발은 지나치게 외반돼 안쪽 아치가 무너지고, 요족은 반대로 지나치게 내반돼 아치가 과하게 올라간다. 둘 다 정상 축에서 벗어난 정렬을 만들고,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며, 반복되는 부하가 아킬레스건염을 유발한다.

문제는 치료다. 체외충격파, DNA 주사, 증식 치료, 약물, 깔창 교정,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소개돼 있지만, 치료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완치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회복을 돕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원심성 스트레칭(Eccentric loading)’이다. 필자가 ‘종아리 푸쉬업(Calf push-up)’이라고 부르는 이 운동법은 알프레드슨 프로토콜(Alfredson protocol)로 알려진 대표적인 근거 기반 치료법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계단 끝에 발 앞부분만 딛고 선 뒤, 종아리 근육에 힘을 준 채로 천천히 뒤꿈치를 바닥 쪽으로 떨어뜨린다. 핵심은 ‘늘리면서 버티는 힘(원심성)’이다. 평발이 심한 사람은 아치 서포트 깔창을 하고 시행해야 후경골건의 스트레스를 줄이며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왜 원심성 스트레칭이 특별한가? 여기에는 생체역학적으로 명확한 이유가 있다. 첫째, 근육·힘줄 접합부(Myotendinous junction)의 재정렬이다. 원심성 운동은 해당 부위의 콜라겐 섬유를 더 정돈된 방향으로 배치하도록 돕는다. 마치 구겨진 테이프를 밟고 눌러 반듯하게 펴는 것과 같다. 둘째, 근육을 이루는 가장 작은 수축 단위인 사코미어(Sarcomere)의 증가다. 종아리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거꾸로 늘어나는 방향으로 지속적 자극을 주면 사코미어가 직렬로 증가한다. 쉽게 말해 근육 자체가 길어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이는 단축된 아킬레스건의 기계적 부하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셋째, 힘줄 자체의 콜라겐 재배열이다. 원심성 부하는 힘줄 내 제1형 콜라겐의 재배열과 비정상적 혈관 신생의 감소를 유도해, 손상된 조직을 새로운 조직처럼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종아리 스트레칭인, 벽에 손대고 다리를 뒤로 뻗거나 경사 스트레칭 바를 이용하는 방식은 사실상 마사지에 가깝다. 일시적으로는 시원하지만, 힘줄을 치유하고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반면 종아리 푸쉬업은 실제로 손상된 힘줄의 조직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쉽고도 강력한 방법이다. 꾸준히 시행하면 6~12주 이내에 의미 있는 호전을 보여 임상적으로 가장 권장되는 치료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종아리 푸쉬업을 시행하고 하루를 시작해 보자. 혹은 달리기 전에 해보고 달려보자. 그 차이를 즉각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목터널증후군 수술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발목터널증후군(Tarsal tunnel syndrome)은 이름만 보면 손목터널증후군의 발목 버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환자 수가 매우 적고 임상적으로도 흔하지 않다. ‘증후군’이라는 명칭은 대체로 증상이 애매하고 여러 원인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부를 때 사용되는 용어다. 발목 터널은 안쪽 복사뼈 뒤쪽을 지나 발바닥으로 내려가는 후경골신경이 지나가는 좁은 통로다. 이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신경 압박을 묶어 발목터널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원인은 후경골신경 주변에 생기는 결절종(양성 종양), 발목 외상 후 부종으로 인해 신경이 눌리는 경우, 발바닥 내재근막에 의해 신경 가지(Branch)가 국소적으로 눌리는 경우 등이다.

발목터널증후군의 치료 원칙은 수술을 절대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술은 거의 모든 경우에 피하는 게 좋다. 이 부위는 손목터널증후군처럼 명확한 원인 해부학이나 수술 표준이 존재하지 않아 실제로 족부·족관절 전문의들조차 수술을 신중하게 고려한다. 발목 터널 안에는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압박 부위의 발견이 대단히 애매하며, 발바닥 내재근막에서 내려가는 작은 가지 신경들의 압박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술로 찾아내기 어렵고, 수술 술기가 정립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 부위의 수술은 국제적으로도 표준화된 술기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기에 수술적 치료의 선택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한다. 발목 내측부터 발바닥 쪽으로 저리는 증상에 대해 MRI나 초음파를 보고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수술을 권하는 병원이 있다면 피하는 게 맞다. 오히려 휴식, 소염 치료, 발목 안정화, 교정깔창, 근막 자극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조절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아킬레스건염과 발목터널증후군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발과 발목 구조를 잘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무리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더불어 올바른 신발 선택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