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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한국인의 노화불안 정도는?

  • 글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이삼식 원장
  • 정리 편집실
노화(Ageing)는 질병이 아닌 일차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로서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과정이다.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가 점점 길어짐에 따라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길어진 노년기를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즉, 많은 사람이 자신의 노화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이 개발한 ‘한국인 노화불안 척도’에 대해 알아보자.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중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 응축된 노화불안

노화불안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며, 노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한다. 여기에는 생물학적 노화, 심리적 노화, 사회적 노화 등이 포함된다. 생물학적 노화는 외모 변화, 신체적 기능이나 인지 능력의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심리적 노화로는 성격과 태도의 변화, 감정 조절력의 저하, 적응력 약화 등을, 사회적 노화로는 경제 부담, 일자리 상실, 주거 불안, 고독감,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노화불안은 개인의 일상생활 기능과 건강, 삶의 질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더욱이 노화불안은 특정 시점에 국한되지 않고,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노화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보장 체계가 충분하게 구축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시 말해, 노화불안은 개인의 자아 인식 차원을 넘어 미래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65세 이상)는 2025년 약 1000만 명에 달해 지난 25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중도 2000년 7.2%(고령화사회)에서 2025년 20.3%(초고령사회)로 상승했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국민의 노화불안을 측정해 개인, 사회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인의 노화불안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 관련 연구는 부족했다. 국내 연구들 또한 외국에서 개발된 척도를 번역·활용하는 데 그쳐, 여러 한계가 있었다. 외국 척도들은 오래전에 개발되어 현대사회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심리적 불안에만 치중하거나 한국인의 문화적 정서나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또한, 기존 연구는 주로 중년층에 한정돼 있어 세대 간 비교도 어려웠다.

한국형 노화불안 척도 개발한 한양대

이에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은 대학의 연구 지원을 받아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현대사회의 다차원적 변화를 반영하고, 세대 간 비교가 가능한 한국형 노화불안 척도를 개발했다. 2024년 8월 17일부터 2025년 4월 6일까지, 해당 연구에는 약 8개월이 소요됐다.

우선 연구진은 문헌조사와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통해 노화불안 측정을 위한 예비 문항 80개를 도출했다. 이후 전문가 검토를 통해 내용 타당도를 확보하고, 2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조사를 통해 신뢰도를 검증했다. 이 과정을 거쳐 49개 문항을 최종 선정한 뒤, 본 조사에 적용했다. 본 조사는 충분한 표본 확보를 위해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4254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응답자를 무작위로 나눠 2155명에 대해서는 탐색적 요인분석을, 나머지 2099명에 대해서는 확인적 요인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적합도와 타당도, 신뢰도를 모두 충족하는 9개 요인 44개 문항의 노화불안 척도 모형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다집단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연령집단 간 동일성이 검증되어, 다양한 세대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측정도구임을 확인했다.

이 척도를 활용해 한국 성인의 노화불안 수준을 측정했더니 평균 3.23점(5점 만점), ‘보통 이상’ 수준을 기록했다. 요인별로는 ‘건강 상태 악화’(3.80점)와 ‘경제력 상실’(3.57점)에서 노화불안 수준이 가장 높았다. 이는 길어진 노년기에 건강 문제와 소득 단절이 핵심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이동성 저하’(3.36점), ‘죽음과 상실감’(3.21점), ‘외모 변화’(3.16점), ‘노인 낙인 인식’(3.13점), ‘차별·배제’(3.08점)에 대한 노화불안도 모두 보통 수준 이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미·여가 활동 결핍’(2.89점)과 ‘관계적 빈곤’(2.84점)에 대한 노화불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년층의 노화불안이 가장 높아

노화불안 수준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인구학적 특성으로서 연령별 노화불안 수준은 청년층(20~30대, 3.38점)이 중년층(40~50대, 3.19점)과 고령층(60대 이상, 3.12점)보다 높았다.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과 노후 준비 부담이 크고,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층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반면, 나이가 많을수록 죽음을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 일부로 받아들이는 수용적 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로 보면 여성(3.28점)이 남성(3.17점)보다 노화불안이 더 높았다. 여성은 평균수명이 길어 더 오랜 노년기를 보내며, 외모 변화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경제적 불안정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가족 특성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미혼자(3.33점)는 기혼자(3.17점)보다 노화를 더 불안하게 인식했다. 미혼 상태로 노년을 맞을 경우 사회적 고립감이나 돌봄 부족, 경제적 불안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적을수록 불안 수준이 높았다. 무자녀 또는 1자녀 가정(3.23점)이 다자녀 가정(3.14점)보다 노화에 더 불안을 느꼈는데, 이는 자녀가 적을수록 노년기에 정서적이든 경제적이든 의지할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와 연결된다. 같은 맥락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3.31점)이 누군가와 동거하고 있는 사람들(3.21점)보다 노화를 더 두려워했다. 노년기까지 홀로 살 경우 경제적으로 빈곤해지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을 돌볼 자원이 없어 결국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특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됐다. 임금근로자(3.26점)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소득 단절이 명확해 은퇴 시기가 유연한 비임금근로자(3.13점)보다 노화에 대한 불안이 컸다. 저소득층(1분위 3.30점, 2분위 3.26점)은 당장의 생계 부담과 불충분한 노후 대비로 인해 중·고소득층(3분위 3.18점, 4분위 3.15점)보다 높은 노화불안을 보였다. 세입자(3.35점)는 주거 불안정 우려로 자가 거주자(3.17점)보다 불안이 높았으며, 공적연금 비가입자(3.32점)는 노후 소득보장 불안정으로 공적연금 가입자(국민연금 3.19점, 직역연금 3.16점)보다 더 큰 노화불안을 느꼈다. 또한, 고령자 중 농촌 거주자(3.39점)는 도시 거주자(3.08점)보다 의료 접근성과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해 노화를 더 두려워했다.

사회 구조와 가치체계에 영향 미치는 고령화

이와 같은 한국인 노화불안 척도 개발은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첫째, 외국 척도를 단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현대사회의 복합적 변화를 반영함으로써 노화불안을 다차원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연령집단 간 동일성을 확보해 세대 간 비교가 가능한 생애주기적 표준 측정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셋째, 이 척도는 향후 노화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규명하는 학술 연구뿐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사회복지 실천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학적 변화를 넘어 사회의 구조와 가치체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하지만 기존의 지표들은 대체로 인구학적 측면에 국한돼 사회·경제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구 변동이 사회·경제 전반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융합적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양대는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인구 변동과 사회·경제 간 연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체계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