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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형 ‘전자문신’ 개발
차세대 헬스케어 소자로 주목

전기·생체공학부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김성환 교수

  •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김성환 교수 연구팀이 피부에 밀착돼 생체 및 환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융합형 다기능 전자문신을 개발했다. 이는 심전도나 피부 수분량을 측정할 뿐 아니라, 호흡이나 자외선 감지 등 각종 생리 및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어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에 부착해 생체신호 측정하는 바이오 반도체

최근 주목 받는 기술 중 ‘전자문신’ 혹은 ‘E-타투’라는 기술이 있다. 문신이라 불리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피부에 새기는 일반적인 문신과는 다르다. 스티커처럼 매우 얇은 전자회로로, 피부 조직에 부착해 생체신호를 측정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등 주로 진단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 현재 시계 등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가 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기들의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인체 조직에 부착하려면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얇고 유연해야 하며, 장시간 부착해도 피부 자극이나 독성이 없는 생체친화적인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전자회로와 피부 사이를 전기적으로 잘 연결해 생체신호 측정이라는 본 기능을 우수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이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해 온 김성환 교수는 최근 실크 단백질과 멜라닌을 결합한 바이오 반도체를 나노섬유 구조로 구현,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박형 피부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나노광학이나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바이오 센서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소재입니다. 유연하면서 생체 반응을 일으키는 피부에 전자소자를 부착하려면 몇 가지 상충되는 물성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심전도 등 신체의 전기 신호를 잘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충족하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실크 단백질에 멜라닌을 결합했습니다.”

실크 단백질에 멜라닌을 도핑하는 기술은 김성환 교수가 2018년부터 연구해 온 것이다. 천연 색소인 멜라닌이 전기가 흐르는 도체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밝혀진 바 있으나, 실제 전기 전도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산업이나 실생활에 적용할 길이 요원했다.

“물리적 메커니즘을 엄밀히 연구한 결과 멜라닌은 적당한 간격을 띄워야 전기가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실크 단백질과 멜라닌을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해 전기가 잘 흐르는 섬유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크 바이오 고분자를 멜라닌으로 도핑해 전기 전도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 반도체층 전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낸 김성환 교수.

천연 소재인 실크와 멜라닌의 결합

이번 연구의 의의는 세계 최초로 실크 바이오 고분자를 멜라닌으로 도핑해 전기 전도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 반도체층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구현했다는 데 있다. 생체친화적 소재를 적용해 우수한 통기성과 피부 적합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뛰어난 전도도로 측정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이렇게 개발된 전자문신은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코 밑에 부착해 호흡 시의 수증기를 측정하면 호흡 센서가 되고, 심전도나 피부 수분량을 측정할 수도 있다. 특히 심전도 측정에서 기존 전극보다 뛰어난 신호 대 잡음비(신호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전력에 대한 잡음의 전력)를 기록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심전도 측정기는 전극으로 염화은을 사용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잠깐 사용하는 것은 괜찮으나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장시간 착용하면 염증이 발생하고 땀이 나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염화은 전극을 대체하면 병원뿐 아니라 어디서든 상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어 생리 신호나 환경 정보를 간편하게 추적하는 헬스케어 기기로 활용이 가능하다. 멜라닌은 빛을 받으면 이를 흡수해 전기적 신호가 증가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패치를 개발하거나 햇빛 노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피부 손상 및 피부암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접촉이나 움직임에 의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재활훈련 등의 모션 센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최근 김성환 교수 연구팀은 피부에 부착하기만 하면 생체 및 환경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전자문신을 개발했다.

다양한 광·전자 기반 헬스케어 소자 개발

김성환 교수는 이미 10여 년 전,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 실크 단백질을 나노 수준의 공정에서 친환경·생체친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일반인들은 실크라 하면 고급 직물로만 알고 있는데, 인체에 무해한 특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수술용 봉합사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의공학 분야에 쓰여왔다. 김성환 교수는 실크 단백질 기반의 3차원 광자결정, 전자빔 리소그래피 패터닝, 레이저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실크 단백질을 나노 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렇게 김성환 교수는 다양한 광·전자 기반 소자를 인공 생체 조직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반도체 나노 공정 및 반도체 소자를 전공해 이를 바이오 분야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소자의 전자와 빛을 조절하는 연구는 생체물질 바이오 센서를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광·전자 기반 헬스케어 소자들을 바이오 물질로 구현해 인체와 연결하면 새로운 활용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실크 단백질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특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점이 흥미로워 계속 연구를 발전시키게 됐어요. 저는 학생들에게도 하나에 몰입해 보는 경험을 권합니다. 확실한 성과가 예상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시도를 하며 경험을 쌓아야 전문가의 수준에 이르게 되고 그래야 비로소 새롭고 넓은 시각을 갖게 되는 법입니다.”

생체친화적 전자소자는 의료계뿐 아니라 코스메틱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전자문신을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필러 같은 피부과 시술이나 화장품, 미용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분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김성환 교수는 현재 모 코스메틱 기업과 제품 상용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균일한 대량생산, 인허가 취득 등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의료기기에 비해 코스메틱 제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용화에 더 용이해 일차적으로 코스메틱 제품으로 개발하는 중입니다. 이후 헬스케어 분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김성환 교수는 연구자로서도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바이오 반도체를 넘어 인체에 이식하는 바이오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것. 인간 두뇌의 신경 구조를 모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영역으로 연구 시각이 더 넓어지는 중이다.

김성환 교수 연구팀은 친환경·생체친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광·전자 기반 헬스케어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