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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전자소자’란 무엇인지, 신기술 분야에서 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전자기기는 딱딱하고, 두껍고, 부피가 큽니다. 이런 형태 때문에 응용 분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유연전자소자란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부드럽고 잘 구부러지는 기판에 제작된 전자소자를 말합니다. 유연전자소자 기술을 활용하면 전자기기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기존 전자기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핸드폰이나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구부러지거나 접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시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단단한 재질의 평면형인, 기존 반도체 웨이퍼 공정으로는 이런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재적, 기계적, 전자공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이나 고무에 반도체를 제작하거나 구부러져도 부서지지 않는 소재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구부러졌을 때 변화하는 반도체 특성을 보상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 등입니다.
유연전자소자와 관련해 아직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자소자를 얇고 가볍게 만드는 유연전자소자 기술은 각종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유연 센서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활용 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체내 각종 장기에 부착 또는 삽입할 수 있어 차세대 헬스케어 전자기기로도 응용될 수 있는 미래형 핵심 기술입니다.
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 ‘유연전자소자 연구실’(이하 연구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에 출범한 우리 연구실은 융합전자공학과, 인공지능반도체공학과, 나노반도체공학과 소속 연구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구교수 1명, 박사후연구원 2명, 박사과정연구원 3명,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5명, 석사과정연구원 4명 등 총 15명의 연구원과 10명 이상의 학부생연구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앞서 얘기한 전자기기의 한계와 같이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공학 문제를 찾아 연구하고 해결함으로써 인류의 발전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유연 반도체와 시스템의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합니다. 현재는 고성능 유연 반도체소자와 공정 기술, 유연/신축성 기판소재를 개발하며, 이에 기반한 웨어러블기기와 유연/신축성 디스플레이, 생체통합형 전자장치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마련한 연구실의 주요 장비 및 기술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반도체소자 제작을 위한 최첨단 반도체 공정 장비를 보유 중입니다. 미세 패턴화를 위해 포토리소그래피라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는데, 이때 우리 연구실이 단독으로 보유 중인 옐로우룸/클린룸에서 마스크 얼라이너 등의 장비를 활용합니다. 금, 은, 구리 등의 금속 증착, 반도체 웨이퍼 식각, 절연체 증착 장비 등 각종 고성능 장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LED에 기반한 유연/신축성 디스플레이 제작을 위한 픽-앤-플레이스 장비, LED의 제작 장비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 패널 레벨의 디스플레이 제작이 가능합니다. 복합체 기반 신축성 신소재 개발을 위해 나노입자 분산용 장비, 기판 제작 장비와 온도 압력 조절이 가능한 다수의 오븐도 갖췄습니다.
유연/신축성 회로 제작에 필요한 인쇄회로기판 제작용 레이저 장비와 밀링 장비도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는 대면적 회로 제작이 가능하죠. 웨어러블 기기나 생체이식형 기기의 회로 제작을 위한 솔더스테이션과 완성도 높은 패키징을 위한 3D프린터 또한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나노복합소재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고성능, 고효율, 고안전성을 지닌 신축성 웨어러블 무선통신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받으셨습니다.
해당 연구는 ‘변형 불변 신축성 무선주파수 전자기기(Strain-Invariant Stretchable Radio-Frequency Electronics)’라는 타이틀로 세계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4.8) 5월 23일 자에 게재됐습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삽입형 의료기기, 메타버스 등의 발전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무선통신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기존 무선통신 전자기기들은 늘어나거나 변형되면 작동주파수 대역까지 같이 변해 무선통신기기로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나노 클러스터 기반의 나노복합소재를 개발했고, 이를 기판으로 활용해 작동주파수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기술은 또 높은 열전도율, 낮은 모듈러스 등 신축성 전자기기 개발을 위한 필수 성능을 갖췄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아무리 늘리거나 구부려도 고성능의 장거리 무선 통신과 고효율의 무선 전력 수신 기능을 유지하는 웨어러블 기기용 핵심 기술이며,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산업적 의미가 큽니다. 향후 웨어러블 무선통신 시스템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VR 속 온도 구현 기술, AR · 메타버스에서의 촉각 재현 기술 등을 개발하신 바 있습니다. 해당 성과에 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메타버스 등 XR(확장현실)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감입니다. 사용자에게 생생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이에 따라 XR 환경에서 인간의 감각 자극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해당 기술들은 게임뿐 아니라 의료 시술 훈련이나 군사 훈련 등에도 활용할 수 있고, 감각 신경 손상 환자에게 대체 감각을 전달해 재활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응용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분야입니다.
그동안 웨어러블 기기로 복잡한 진동 햅틱을 구현하는 기술(2022년), 웨어러블 기기로 냉 · 열감을 구현하는 기술(2023년), 웨어러블 기기로 진동-냉 · 열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2024년) 등을 개발하며, 계속해 연구 성과를 업그레이드해 왔습니다. 해당 성과들은 전자공학 분야 세계 권위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온라인판에 실린 바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 연구실만의 자랑거리나 특징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은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지만, 성과 창출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소속 연구원들이 학위 또는 연수 기간 동안 항상 지적으로 자극받고,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과 연구원이 학업과 진로 목표를 잘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유연전자소자 기술은 전자공학뿐만 아니라, 신소재공학, 기계공학 등 다학제 간 융합연구가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조지아공대, 위스콘신대, 라이스대 등 해외 주요 대학 · 연구소와 협업하며 다학제 간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이 장기간 해외 파견연구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확보하고 최신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TECO 등 국내 주요 기업과의 산학협력도 활발히 추진하며 산업체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공동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연/신축성 전자기기는 반도체 제작 방법, 패키징 방법, 회로 제작 방법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 전자기기의 공정과 호환성이 떨어집니다. 또 잦은 기계적 변형에 의해 내구성과 신뢰성이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변형에 의한 특성 변형 보상 기술도 시급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소자 수준에서 소자의 구부러짐 또는 늘림에 의해 전기적 특성이 변하기 마련인데, 이를 보상하기 위한 원천기술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신축성 디스플레이 또한 늘어날 때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해상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존재하므로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보상 기술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형에도 고유한 특성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유연/신축성 전자기기 개발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와 더불어 유연 반도체의 패키징 기술, 인캡슐레이션(봉지) 기술, 웨어러블기기와 생체이식형 기기의 패키징 기술 개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학부생 때부터 반도체 공정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여러 연구실을 살펴봤는데, 연구와 관련된 첨단장비 보유 현황이나 연구의 퀄리티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유연전자소자연구실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요. 정예환 교수님께서 자기주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주십니다. 또 구성원들끼리도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현재 마이크로 LED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더 열심히 연구해야겠지만, 추후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통해 주목받는 논문을 발표하고 싶습니다.”
“보통 시스템 단위로 전체 과정을 다룰 수 있는 연구실은 많지 않은데 우리 연구실은 그런 점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또 구성원들의 연구 분야가 다 다르다 보니, 연구원들끼리 아이디어와 조언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예리하게 찔러줄 때가 많아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조금 더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연구실의 큰 장점입니다. 현재 웨어러블 햅틱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용성과 효용성을 갖춘 디바이스를 개발해서, 제가 만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람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습니다.”
“학부 졸업작품 제작을 계기로 연구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최대 장점은 정예환 교수님입니다. <포브스>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나시고 또 굉장히 친절하게 학생들을 도와주십니다. 저는 원래 대학원 진학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교수님의 지도력과 안목을 믿고 함께하게 됐어요. 현재 유연 반도체의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계약학과라 석사 취득 후 SK하이닉스로 가게 되는데, 가능하다면 회사의 지원을 더 받아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습니다. 최근 <네이처>에 실린 정예환 교수님 논문처럼,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좋은 논문을 싣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