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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성장,
이제는 저작권 이슈도 신경 쓸 때

  • 글 법학전문대학원 김병일 교수(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 정리 편집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 웹툰에 이르기까지,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만큼 K-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제, 전시, 공유, 전송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 역시 증가하는 중이다. 저작권 침해는 경제적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저작권자의 창작 열정을 꺾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K-콘텐츠 저작권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본다.

K-콘텐츠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

한국은행 무역수지 통계(2024)에 따르면, 2023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인 1억 8000만 달러(약 2407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중 저작권 무역수지는 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한류 유발 경제효과가 37조 원, 고용 창출 인원이 16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2022년 기준 콘텐츠 불법유통 피해액이 29조 원*으로 추산되며, 2023년 해외 불법 사이트 내 한류 콘텐츠 불법유통량이 약 3.5억 개에 이르는 등,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해외 한류 콘텐츠 침해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023년 정부는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4대 전략’ 즉,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Speed & Strict) △국제 공조수사 및 해외 침해 대응 협력망 강화(Cooperation) △과학수사 기반 확대(Science) △저작권 인식 전환(Change) 실현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추진했다. 우리 국민의 저작권 보호 인식은 나아지고 있지만, 불법복제 유통 경로 다변화 및 국제화, 사적 영역으로의 은둔화 등 ‘어둠의 경로’에 있는 불법복제물의 유통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 스스로 불법을 이용하지 말고 합법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꾸준한 인식 계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저작권 인식 전환(Change)이며, 존중의 문화 정착이다. 저작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콘텐츠 이용자 · 창작자 ·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저작권 지킴이’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직접 저작권 보호를 실천하고, 타인의 저작물 존중 메시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과 같은 국민의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 노력이 민간 영역에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의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한 국제적 캠페인 전개와 저작권 보호 · 협력 활동이 요구된다. 특히, 국제 공조 노력에 더해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의 저작권 침해 대응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사업’** 등을 활용한 해외 진출 국내 콘텐츠 기업 · 개인 지원이 그 좋은 예다. 실례로, 글로벌 K-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코코와(KOCOWA) TV’가 미국판 누누티비 ‘코코아TV’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사이트 강제폐쇄 명령 진행에 필요한 법률 비용을 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원받았고, 올해 2월에 해당 불법 사이트가 폐쇄되는 결과를 얻었다.

  • *계산식 : 2022년 연간 콘텐츠 산업 매출 151조 772억 원 x 2022년 불법복제물 이용률 19.5%.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한국저작권보호원(2024).
  •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사업 :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2021년부터 운영하는 사업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콘텐츠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해외 저작권 침해 예방 · 분쟁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바우처로 지원한다. 모니터링, 법률 컨설팅, 경고장 발송 등의 법률 대응 중 필요한 서비스 선택이 가능하다.

다변화 · 지능화 · 국제화되는 저작권 침해

AI, 빅데이터 정보분석 등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디지털 콘텐츠 불법 유통이 다변화 · 지능화 · 국제화되는 추세다. 불법 콘텐츠는 단속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해외 서버 기반 토렌트, 스트리밍, SNS, 모바일앱 등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가상사설망(VPN),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불법 이용 증가와 해외 불법사이트 단속 및 차단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콘텐츠 산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의 일상화 · 보편화로 AI와 관련된 이슈는 저작권 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됐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Deepfake)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타인을 속이거나 협박함으로써 자금을 송금 · 이체하게 하거나 개인정보를 알아내 자금을 송금 · 이체하는 ‘보이스피싱’에 AI 딥페이크로 복제한 음성을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생성형 AI에 의해 작성된 이미지, 비디오 및 기타 콘텐츠가 급증하고,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짐에 따라 저작권 보호가 기업의 큰 과제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도 챗GPT가 쓴 논문 초록을 사람이 쓴 것인지 기계가 만들었는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학습용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이용자가 프롬프트로 입력하는 데이터에 제삼자의 저작물,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이 포함된 경우의 문제, 출력된 AI 생성물이 타인의 저작물과 유사할 경우의 저작권 침해 문제 등 다양한 법적 분쟁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생성 AI 규제 동향 주시하고 대응해야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세계 첫 인공지능 규제법인 ‘AI Act’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서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두 가지의 의무, 즉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권리자의 옵트 아웃(Opt-out) 의사 존중 △AI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 의무, AI 산출물 표시제도를 부과하고 있다. EU의 AI Act는 EU를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포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도 같은 수준의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해외의 생성형 AI 규제 동향에 따라 국내에서도 법 규제를 포함한 대응 방안 검토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외 규제 동향을 포함해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의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AI 산출물에 관한 저작권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저작물 창작, 유통 및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법 · 제도, 정책 등 새로운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 및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이 함께 전문가 워킹그룹을 통해 AI-저작권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피면서 우리나라 현실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법‧제도 도입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요컨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전통 산업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새롭게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과 AI 기술 발전으로 저작물 창작 · 이용 · 보호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저작권법 보호체계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EU의 ‘투명성과 일관성’ 제고, 미국의 ‘선한 저작권(Good Copyright)의 원칙’은 우리의 입법 및 사법 대응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인 관점의 제도 개선 노력 필요

대학 교육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K-콘텐츠에 해당하는 음악, 어문 저작물들이 교재나 기타 자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이용 허락을 받은 저작물로만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면 학교 교육의 질은 현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저작권법 제25조는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 학교나 기타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저작물이 그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한다. 하지만 디지털화, 네트워크화의 발전에 따라 대학 교육에서의 저작물 이용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이차적 저작물을 창작하는 자체가 중대한 교육의 목적인 교과목도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도 저작권의 보호와 이용이 종래와는 달리 대립하는 양상이 계속 증가하고, 그 양자의 이해 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기관에서의 저작물 이용과 저작권 제한 문제를 검토할 때는 저작권 보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의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 교원이나 학생은 저작자 및 저작권자가 되거나 저작물의 이용자가 될 수 있는, 이중적인 지위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육기관에서의 저작물 이용은 공공성을 실현하면서도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균형감 있는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 저작물 이용환경의 급변으로 기존 법체계와의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등장에 따라 저작자-이용자 간 분쟁 지속, 인공지능 창작 등 기술 변화에 따른 저작권법 적용 문제 등 현행 저작권법 체계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인터넷상의 저작물 불법유통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날로그 영역에서도 문제가 된 저작물에 대한 ‘과보호’ 문제가 디지털 세계에서 더욱 왜곡 · 심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작권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법령 정비’ 관점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협상을 통한 ‘지침 마련’이나 ‘다양한 라이선스 이용가능성 증대’와 ‘저작물 이용자의 교육 강화’ 등과 같은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