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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산업 이끈 10년
e-모빌리티 성장과
함께할 미래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 위원장 김대환 동문(ERICA캠퍼스 전기공학과 79)

  • 글 김현지
  • 사진 손초원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고, 현대자동차 역시 2040년 주요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만 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뒤처지면 안 될 미래 기술 분야다.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김대환 동문을 만났다.

10년의 성과, 전기차 산업 발전에 이바지

매년 봄이 되면 제주도에서는 큰 행사가 열린다. 바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다. 45개국 201개 기업 참가, 4만 2718명 방문, 178개의 콘퍼런스 세션 진행, 252건의 B2B 상담 실적 기록. 이 모든 것들이 2023년 5월에 진행된 제10회 IEVE가 이뤄낸 성과다.

2014년에 처음 시작된 IEVE는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해 왔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활성화와 관련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행사로서 내실 있는 활동을 펼쳐 왔다. 50개국이 함께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차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10년이라는 역사를 쌓으며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온 IEVE. 2024년부터는 그 이름도 콘셉트도 혁신해 재탄생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 IEVE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최됩니다. 10년 전에는 전기차가 대중에게 낯선 이슈였고 모험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고, 대신 다른 기술들이 대두하고 있어요. 엑스포의 콘셉트에 혁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시와 콘퍼런스가 중심이 되는 것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전기차를 넘어 전기선박과 드론,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전기 농기계, 로봇 등 관련 산업 분야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김대환 동문은 전기차 산업이 자리를 잡고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뤄낸 만큼, 이제는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모든 모빌리티 산업을 포용해 발전을 도모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관련 행사로만 진행됐던 기존의 틀을 깨고, 다양한 e-모빌리티를 아우르는 행사로 확장해 엑스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5월에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를 열고, 11월에는 ‘국제 Smart 농업 엑스포’, 매월 셋재 주 금요일에는 ‘제주 Smart e-Valley 포럼’, 반기별 2회씩은 ‘세계e-모빌리티협의회(GEAN) 총회 및 포럼’과 ‘산·학·연·관 혁신산업 테크투어’를 진행해 여러 행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할 방침이다. 마치 올림픽이 열리듯, 제주도 전역을 활용해 e-모빌리티 관련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게 한다는 포부다. 김대환 동문은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이어 e-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자 한다.

“요즘은 1년에도 강산이 두 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타고 활용하는 모빌리티 영역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융합하며 더욱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죠. 지난 10년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10년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미리 대비하고 앞장서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대전환을 이끌어야죠.”

제주도를 e-모빌리티의 ‘다보스’로!

전기차 관련 산·학·연·관 관계자들을 찾아 바쁘게 활동해 온 김대환 동문은 기술 분야가 확대되며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 됐다. 하지만 확고한 목표와 신념이 있기에 바쁜 일상마저 기껍다고 말한다. 김대환 동문은 모빌리티가 전동화를 넘어 지능화, 자율화로 나아가며 기술 발전이 더욱더 빨라지리라 내다봤다. 매년 진행되는 엑스포가 국내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양분이 되길 바란다.

“e-모빌리티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 전략산업입니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이고, 이는 바로 탄소중립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 실현이 경쟁력이 된 시대이니만큼 e-모빌리티 기술 개발과 산업계 성장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환 동문이 이루고픈 목표는 더 있다. 매년 초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의 다보스처럼 제주도를 e-모빌리티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매년 5월 전 세계의 모빌리티 산업 리더들이 제주도로 모이고, 전기차를 비롯한 e-모빌리티 산업의 미래와 기후변화, 환경을 논의하길 바란다.

“제주도는 2008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추진하며 전력자원의 최적배분과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 2012년에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며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 왔죠. ‘2050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리더들이 모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제주도의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e-모빌리티 영역의 ‘다보스 포럼’이 되면 좋겠습니다.”

선한 영향력이 제주도의 역량을 키우다

제주도는 지속가능한 녹색섬이 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착실히 실천해 왔다. 시대의 요구에 앞선 이 현명하고 야심 찬 계획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전후 사정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그 시작은 제주도 본섬이 아니었다. 제주도 남쪽 끝에 위치한 섬 속의 섬, 가파도였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나란히 자리한 가파도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연중 방문객이 5천 명이 되지 않는, 쇠퇴해 가는 섬이었다.

“제 원래 고향은 강원도에요.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갔는데, 복무한 곳이 제주도였죠. 그렇게 인연이 시작돼 꾸준히 1년에 한두 번씩 봉사활동을 다니곤 했습니다. 당시 가파도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제주도 본섬이나 육지로 떠나고 마을에는 노년층만 남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마을을 살리고 싶어 1사1촌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도배・전기공사・집수리 등 민간기업 차원의 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김대환 동문은 아직도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가파도를 살리자는 그 꾸준한 활동에 교수, 언론인, 금융인, 사업가, 엔지니어, NGO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2009년 ‘가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사모)’이 탄생했다. 가사모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가파도를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자는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전신주 지중화와 마이크로 그리드 국책과제 수주 등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움직임이 기폭제가 돼 2011년 제주스마트그리드기업협회와 2012년 국제녹색섬포럼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가파도를 위해 만들어진 ‘탄소 없는 섬’ 콘셉트는 어느새 제주도 전역을 위한 것으로 확대됐다. 녹색섬을 위해 세계인과 교류하며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논의하던 활동들은 IEVE의 산파가 됐다. 선한 영향력이 가져온 멋진 성과다.

“제가 군 복무를 하던 40년 전에는 ‘제주도’ 하면 귤이나 돌하르방, 허니문 등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주도의 키워드는 전기차, 그린수소, 드론, 자율주행,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특구들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제주도만은 인구가 늘고 젊은 인력들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어요.”

제주도는 친환경 기술, 미래 전략 산업의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했다. 김대환 동문은 제주도의 이러한 변화가 모두가 뜻을 모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꿨기에 가능한 것이라 밝혔다. 그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변함없이, ‘제주도답게’ ‘제주도만’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친환경 기술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향후 2~3년이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의 30년, 50년을 우리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요. 스마트하고 열정적인 젊은 세대가 자유롭게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하고, 저와 같은 기존 세대가 그들이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 줘야 할 것입니다.”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한 분야에 통달하기 위해서는 매일 하루 3시간씩 약 10년을 훈련해, 최소 1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에 몰입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 1만 시간을 훌쩍 넘어, 3만 시간에 닿도록 그렇게 초심대로 꿈을 이뤄가는 김대환 동문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제10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 관계자들이 양문형 버스를 시승하고 촬영한 기념사진.
제10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개막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