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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균형과 건강 망치는
거북목 증후군

  • 글 의학과 최성훈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그야말로 디지털 세상이다. 공부, 일, 취미를 포함한 일상의 모든 것들을 디지털 기기와 함께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최근 거북목 증후군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거북목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북목 증후군이 대체 뭐길래?

거북목 증후군은 목뼈인 경추가 앞으로 굽어지는 후만증으로 인한 특징적인 자세를 말한다. 경추 후만증은 정상 경추의 알파벳 C자 형태의 만곡이 무너지며 소위 일자 형태가 되거나 더 심해져 역C자 형태의 만곡이 생기는 경우다. 거북이가 바깥을 보기 위해서 목을 뺀 자세와 비슷하다고 하여 거북목 증후군이라 부르며, 이는 목과 어깨 주변이 항상 무겁거나 당기는 듯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거북목 증후군은 사실 정확한 의학용어는 아니다. 학술적으로는 ‘forward head posture’ 혹은 ‘text neck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북처럼 목을 뺀 자세를 묘사한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말이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증상이 없는, 정상적인 이들 중에서도 특히 젊었을 때는 약 30% 정도가 일자 형태의 경추 만곡에 해당한다고 한다. 소위 일자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⅓이나 됐던 것이다. 따라서 일자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병적인 상태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평소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사람들 가운데 만성적으로 고개가 앞으로 숙여져 있으면서 날개뼈 사이 통증 및 승모근의 만성적인 경직이 있다면 거북목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들 때 몸에서 팔이 멀어진 채로 물건을 들려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것은 지렛대의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거북목 증후군으로 환자의 머리가 어깨보다 앞으로 나가게 되면 머리를 지탱하는 경추 주위의 근육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머리의 무게는 약 5㎏ 정도 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경추가 전방으로 30도 굴곡되면 경추에 가해지는 하중은 원래 머리 무게 5㎏이 아닌 20㎏의 무게와 맞먹는다고 한다. 지렛대의 원리처럼 멀리 있는 머리를 받치기 위해 경추에 연결된 근육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역학적으로 불리한 자세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면 경추의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거북목 증후군은 왜 생길까?

최근 스마트폰 등 IT기기 사용의 증가로 인해 고개를 숙이면서 화면을 보는 자세가 지속되는 것이 거북목 증후군의 주된 원인이다. 모니터 등을 보며 고개를 앞으로 뺀 상태에서 전방 주시를 위해 상위 경추가 일으켜 세워지게 되는데, 이때 턱을 들어 올리는 듯한 자세가 거북목 증후군의 특징적인 자세다.

모니터의 높이가 눈높이보다 아래인 경우 시선이 아래를 향하게 되어 경추가 앞으로 굽어지기 쉽다. 또한 화면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모니터 가까이 가져가야 하기에 거북목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큰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눈높이와 비슷한 선상으로 모니터 높이를 맞추는 것이 거북목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올바른 자세 유지가 관건

거북목 증후군을 자가진단하기 위해서는 거북목 증후군에서 자주 관찰되는 다섯 가지 증상 중 몇 가지가 자신에게 해당하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 첫째, 어깨와 목 주위가 항상 뻐근하다.
  • 둘째, 옆에서 보면 고개가 어깨보다 앞으로 빠져나와 있다.
  • 셋째, 등이 굽어 있다.
  • 넷째, 목덜미가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 있으며 어지럼증을 느낀다.
  • 다섯째, 스스로 벽에 등을 대고 똑바로 섰을 때 등은 벽에 닿는데 뒤통수와 목이 함께 벽에 닿는 게 어렵다.
이 다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거북목 증후군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조금 더 자세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병원에 내원해 X-ray 등의 검사를 시행하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거북목 증후군의 일차적인 치료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 거북목 증후군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양쪽 날개뼈가 서로 붙을 정도로 어깨를 쭉 펴면서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는 운동을 매일 하는 것만으로도 거북목뿐만 아니라 경추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조금 더 진행한 거북목에 대해서는 증상에 맞춰 유발점 주사치료, 약물치료, 운동치료, 물리치료 등 환자 맞춤형의 다양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면 된다. 이를 통해 거북목 증후군을 개선하고, 거북목 증후군으로 인한 경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