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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버려진
유휴공간을 활용하면?

블루웨일컴퍼니 대표 오상혁 동문(전자전기공학부 99)

  • 글 이연주
  • 사진 이현구
물류와 모빌리티 산업이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동성과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대안이 필요해졌다. 혁신 창업의 시작은 바다를 누비는 흰수염고래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상혁 동문은 일반 이용자부터 소상공인, 물류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각각에 맞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며 공간 활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빌리티 시장의 잠재력을 공략하다

많은 사람이 나만의 사업 아이템을 실행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곤 한다. 오상혁 동문은 학부 시절부터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창업을 꿈꿔왔다.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7년간 근무해 온 그가 사내 전략기획팀으로 옮겨간 것은 그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이었다.

“개발팀에서 전략기획팀으로 이동한 것은 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등 비즈니스에 대한 실무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조직을 구성하는 것부터,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고,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전 과정을 알고 싶었죠.”

공대 출신 개발자 커리어로는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가늠하기 다소 어려울 터. 그 때문에 오상혁 동문은 이례적인 부서 이동을 감행하며 조직 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사업의 네트워킹까지 깨우칠 기회를 만들었다. 덕분에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사업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오상혁 동문은 기업 문화와 네트워크, 조직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고 밝혔다.

“전략기획팀에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던 중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시장을 접하게 됐고, 거기에서 기회 시장을 포착했습니다. 전기차를 시작으로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다양하게 나오는 만큼 1인 1차 시대가 곧 저물 것이라 생각하게 됐죠. 자동차를 구매해서 운전하는 시간보다 보관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오상혁 동문은 구독형 모빌리티 시장의 활성화 전망을 통찰하면서 모빌리티의 원활한 공유를 가능하게 할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러면서 도심 내에서 공간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공간 공유 플랫폼 ‘럭스테이(lugstay)’와 ‘유후(UHOO)’의 출발점이다.

공간 중개 플랫폼, 이동을 이롭게 하라

오상혁 동문이 2018년 창업한 블루웨일컴퍼니는 공간 중개ㆍ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사다. 블루웨일컴퍼니는 짐이 많은 여행자를 공략하며 비어있는 소상공인의 상점 공간을 실시간 검색, 공유하는 ‘럭스테이’를 시작으로 시장에 등판했다. 여행자들이 간편하게 가까운 상점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필두로 공간을 대여해 줄 호스트를 온라인으로 모집했다.

“캐리어부터 배낭까지 짐을 안고 이동하는 여행자가 곧 하나의 모빌리티입니다. 상점 내에 활용하지 않는 자투리 공간을 여행자를 위한 짐 보관 용도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온라인으로 전파했죠. 그 결과 오프라인 영업 없이 전국 5천 개의 상점이 호스트로 등록했습니다.”

상점주들은 상점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고, 여행자는 짐을 간편하게 보관하며 이동 동선을 한결 간소하게 줄일 수 있었다. 서비스 론칭 시점과 코로나19 시기가 맞물리면서 길고 험난한 시간을 거쳐야 했음에도 꾸준한 사용자 유입으로 누적 회원이 약 5만 명에 이르렀다. 공간 활용 솔루션이 필요한 것은 비단 여행객뿐이 아니었다. 물류 사업자들도 도심 속 공간 활용에 목말라 있었다. 블루웨일컴퍼니가 올해 6월 론칭한 ‘유후’는 도심 기반의 물류 허브로 유휴공간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유휴공간을 중개한다는 점에서 ‘럭스테이’와 비슷하지만, 유휴공간을 도심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유후’는 오프라인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자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원하는 기간과 크기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공해준다.

오상혁 동문은 물류 모빌리티에 맞는 즉시성을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 맞춰 적재하고 픽업할 수 있도록 공간 확보 및 매칭 서비스를 구축했다. 한때 대기업 차원에서 부동산 및 편의점과 제휴해 물류 공간을 확보하고 즉시성을 갖춘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물류 허브의 비유동성과 제휴 서비스 관리 부재가 원인이었다. 도심 지역에 물류 허브를 구축하려면 공간 임대를 위해 1~2년씩 계약하게 되는데, 물동량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활용이 효율적이지 못한 게 단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최신 물류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효과적인 공간 매칭이 이뤄질까. 그 난제를 ‘유후’가 해결했다.

“최근 당일 배송, 익일 배송이 도입되면서 물류 사업자들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이 매우 중요해졌어요. ‘유후’의 서비스로 다양한 배송지를 커버할 수 있는 도심 중심의 물류 허브를 만들어 그 거점을 활용하면 더 넓은 지역으로 배송이 가능해지는 거죠.”

공간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사는 빠른 물류 이동이 가능해진다. 자신의 유휴공간을 공유하는 셀러가 늘어난 만큼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도 늘어났다. ‘유후’의 도심 물류 비즈니스는 물류 트렌드에 맞으면서도 공간 매칭을 실현하는 혁신적인 방안으로서 꾸준한 수요와 공급을 발생시키며 성장하고 있다. 블루웨일컴퍼니는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 지난 7월 KT 대전창업열린공간 디브릿지 지원사업 등에 연달아 선정됐다. 이러한 투자를 토대로 한 번 더 높은 도약을 앞두고 있다.

모빌리티의 새로운 솔루션 될 것

“자기 공간을 생각하면 보통 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블루웨일컴퍼니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자기 공간처럼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비전은 자유로운 이동을 실현하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죠.”

부담 없이 친구 집에 잠시 자기 짐을 맡기듯, 내 공간이 아닌 곳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만드는 것.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와 공유하게 하는 것이 블루웨일컴퍼니가 꿈꾸는 자유다. 여행자부터 물류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이동의 제약을 극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솔루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오상혁 동문은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스케일업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시도할 계획이다.

오상혁 동문은 유휴공간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의뢰를 받고 있다. 최근엔 유학생 대상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유학생의 짐 보관 공간에 대한 서비스 제휴 제안을 받았다. 블루웨일컴퍼니의 솔루션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의 짐을 방학 동안 보관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이라 인정받은 것이다. 누구나 필요했지만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고객들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오상혁 동문은 “확실하게 차별성을 가진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나만의 창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한양인에게 귀띔했다.

자신의 필요에 부합하는 공간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 오상혁 동문이 제시하는 유휴공간 플랫폼은 혁신적인 해법이다. 유휴공간에 대한 수요는 화수분처럼 증가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기업. 끝없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창출하는 블루웨일컴퍼니의 다음 행보에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오상혁 동문은 공간 공유 플랫폼 ‘럭스테이(lugstay)’와 ‘유후(UHOO)’를 운영하며 공간 활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