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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는
이 시대의 이야기꾼

웹툰 작가 이다혜 동문(ERICA캠퍼스 문화콘텐츠학과 12)

  •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웹툰 작가가 선망받는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다혜 동문은 필명 ‘이다몽’으로 <머리카락을 뽑으면>과 <취향 소개소>를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며 어릴 때부터 갈망한 웹툰 작가의 꿈을 이뤘다. 유쾌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다혜 동문은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작가다.

나의 꿈은 누가 뭐래도 만화가

사람은 하루 평균 50가닥의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한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보며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함께했던 기억들도 같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이다혜 동문. 첫 작품인 <머리카락을 뽑으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이다혜 동문의 비공식적 첫 작품은 무려 7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목은 <명탐정 피카츄>였는데 당시는 웹툰이 없던 시절이라 만화책 형태로 그렸습니다. <포켓몬스터>도 좋아하고 탐정물을 좋아해 피카츄가 탐정이라는 설정으로 그린 것이죠. 사실 만화라는 것을 알고 그린 것은 아니고 한쪽에는 그림을, 한쪽에는 대사를 써서 책처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다 보니 ‘다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자로 ‘꿈이 많다’는 의미로도 풀리는 점이 마음에 들어 학창 시절 별명을 필명으로 삼았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만화가를 꿈꾸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미술을 전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3 때까지 장래 희망란에 만화가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고, 혼자서라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다 대학 진학 후 슬럼프에 빠져 꿈을 접었으나 막상 졸업 무렵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되자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다시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학과 공부가 적성에 잘 맞아 학점도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100여 작품 넘게 웹툰을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전공인 콘텐츠 기획을 접목해 웹툰 PD의 길을 생각해 보았으나 정말 제가 원하는 길일까 고민해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창작이었습니다. 고3 때까지 연습장 몇 권을 만화로 채웠는데 도전조차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군요.”

네이버웹툰 공모전에서 장려상 수상

그렇게 다른 동기들이 취업 준비를 할 때 이다혜 동문은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3년 반 정도의 지망생 기간은 꿈을 키우는 시간이었지만 막막함도 컸다.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 시간을 견뎌낸 이다혜 동문은 2018년 <머리카락을 뽑으면>으로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서 7위로 장려상을 받았다. 그러나 3등까지만 정식 연재를 할 수 있어 아쉽게도 데뷔의 꿈은 이룰 수 없었다.

“그때 잠시 스튜디오 취업도 고민했지만 나만의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더군요. 그래서 <머리카락을 뽑으면>을 추리/스릴러 풍으로 바꿔 네이버 웹툰의 ‘포텐업’이라는 장르물 공모전에 다시 한번 응모했습니다. 공모전에 뽑히지는 못했지만, 운 좋게 편집부로부터 제의를 받아 재수정 후 2019년 6월부터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됐죠.”

드디어 웹툰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공모전의 주 독자층인 10대 여성들을 겨냥한 학원물이었는데, 매회 다음 회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궁금증 유발 신공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2021년에 연재한 두 번째 작품 <취향 소개소>는 이다혜 동문의 색깔이 좀 더 짙게 묻어난다.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무미건조한 대학생활을 보내던 주인공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성장 스토리인데, 이다혜 동문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작품은 저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데 기획한 아이템들이 번번이 편집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돌아보니 그동안 제가 알던 저와 많이 멀어져 있더군요. 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강릉으로 여행을 가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하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매회 주인공이 요리, 공예, 가드닝 등 다채로운 체험을 하는데,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간접 체험을 하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모두 이다혜 동문이 직접 체험하며 그린 것이다.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너의 꿈을 응원해

이렇게 이다혜 동문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열심히 취재를 다니며, 대사나 장면 등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웹툰 작가들의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고 해외로 뻗어나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리라. 어느덧 문화 콘텐츠의 원천으로 자리 잡은 웹툰. 웹툰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다혜 동문도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웹툰의 시초이자 원조인 만큼 우리나라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웹툰이라는 말조차 콩글리시인데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니까요. 가독성 좋고, 그림 완성도 높고, 스토리나 연출 면에서도 다른 나라 웹툰들과 확연하게 달라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좋은 스토리로 승부하는 작품이 많아 웹툰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의 원천 IP(지적재산권)로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다혜 동문. 그러니 꼭 그림을 전공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스토리를 풀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다면 좋은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웹툰 작가가 되는 데 특별한 자격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관련 학과를 전공했다면 더 유리하겠지만 주위를 보면 저처럼 비전공자도 많거든요.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그림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SNS에 짤막한 만화나 일러스트만 올려도 그걸 보고 에이전시나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오거든요. 저처럼 공모전에서 떨어져도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제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인 이다혜 동문은 오랫동안 꾸준히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삶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웹툰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예민하게 자신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며 발전해가는 중이다. 이다혜 동문은 마지막으로 <취향 소개소> 8화에 실린 내레이션을 소개하며, 오늘도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을 한양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 채운 한 칸이 전체 중 어디인지는 모르고, 때로는 엉망인 것 같아도, 그저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예쁜 그림으로 완성되는. 당장은 실감 나지 않아도 내 하루하루는 분명 어딘가에서 헛되지 않게 쌓이고 있을 테니까.’ 독자들이 좋아해 준 구절입니다. 저도 이런 생각으로 대학생활과 지망생 기간을 보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맞이할 모든 날에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