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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고를 향한
쾌속 질주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한지형 동문(기계공학부 99)

  •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애플, 테슬라, 인텔, 구글 등 전 세계가 주목하며 그 기술을 우러러보는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있다. 한지형 대표는 자신의 목표도 이와 같은 글로벌 톱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한지형 대표를 만나보자.

국가대표 자율주행 스타트업

한지형 대표가 이끄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에이투지’)가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종합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순수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한 성취다. 본 순위의 1~5위 업체가 인텔, 구글, 바이두, GM, 현대차-앱티브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에이투지의 선전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저희가 어마어마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전략과 개발 방향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개발해 국내 10여 개 지자체들과 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실전 경험을 축적한 덕분이죠.”

한지형 대표의 설명처럼 현재 에이투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2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국내에서 가장 긴 약 28만 2천 ㎞의 누적 자율주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에 창업해 이제 5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이룬 성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지형 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 4명이 모두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개발 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에이투지는 여러모로 준비된 기업이었다.

“현대차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며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일반 승용차가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겠더군요. 기술뿐 아니라 법, 제도, 사회적 수용성 등 산업적 · 사회적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고자 경일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교수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스타트업의 강점은 대기업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지형 대표는 이러한 강점을 십분 활용해 대구 · 경북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정부의 R&D 사업을 진행하며 빠르게 자율주행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와 같은 국내 유수의 공과대학뿐이었는데 경일대에서 자율주행차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다수의 정부 R&D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고,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130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자율주행차의 A부터 Z까지

자율주행차의 빠른 상용화를 고대하던 한지형 대표가 찾은 대안은 셔틀버스 같은 공공재 시장이었다. 2020년 소형버스 자율주행차 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공공재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고, 이때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자율주행 셔틀버스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6개의 지자체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흔히 자율주행차 사업 모델로 로봇택시를 떠올리기 쉬운데, 큰 비용을 들여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한두 명밖에 태우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택시는 골목길 등 다양한 경로를 운행해야 하므로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도 힘들죠. 근데 셔틀버스는 지정된 노선만 다니면 되고 한 번에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택시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좋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기술을 구현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제한된 지역을 천천히(대략 30㎞ 시속) 운행하는 특수목적 차량에 초점을 맞추게 된 에이투지는 자율주행 기술의 요체인 인지, 제어, 판단 알고리즘뿐 아니라 차량 플랫폼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사명처럼 자율주행차의 A부터 Z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버스를 구매해 자율주행차로 개조했는데 직접 차량까지 개발하는 것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이는 한지형 대표가 현대차 근무 시절 일반 자동차 양산 업무를 담당한 이력이 있기에 어렵지 않은 도전이었다.

최근에는 무인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특수목적 차량 ‘ROBO A2Z’도 개발했다. 에이투지는 이 ROBO A2Z를 통해 지난 5월 국제 3대 디자인 대회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전문 콘셉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현대차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 교수와 협업했는데, 로봇과 동물을 형상화해 미래지향적일 뿐 아니라 친밀도까지 높인 점이 돋보였다.

글로벌 무대에 출사표

지난 4월에는 ‘2023 서울 모빌리티 어워드’에서 하드웨어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5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8회 국제 발명품 전시회’의 안전기술 부문 금상과 특별상을,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2023 SBR 어워드’에서 자동차 부문 본상을 거머쥐는 등 올해 들어 수상 소식이 끊기지 않고 있다. 또한 앞서 소개한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발표 이후 업계 인지도가 급등해 에이투지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에이투지는 스위스 제네바의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스위스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K-자율주행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라 에이투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제네바는 자동차안전기준국제조화포럼이 열리는 곳이다. 한지형 대표는 이미 머릿속으로 포럼이 개최될 때마다 세계 각국의 자율주행 전문가들이 제네바 공항에서 UN 본부까지 에이투지의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만큼 저희 기술에 자신이 있어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제네바 자율주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빠르면 내년쯤 운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세계의 자율주행 전문가들을 감동시키고 싶습니다.”

에이투지는 싱가포르 정부의 스마트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마트 모빌리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프라 시스템을 설치하고, 자율주행 실증사업과 창이공항 내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중동과 유럽 시장의 진출도 추진하는 중이다.

“지난 5년간 정부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으로 잘 컸으니 이제 글로벌 무대에 나가 글로벌 경쟁사들과 제대로 붙어보겠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산업계를 뒤집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 테슬라와 같이 글로벌 톱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탄생한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글로벌 톱이 되겠냐고? 유니콘 기업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는 에이투지의 주저함 없는 행보를 지켜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싱가포르 국제 비즈니스어워드 수상 모습.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대구 테크노폴리스 일대에서 전국 최초로 선보이는 여객과 생활물류 배송을 통합한 신개념 자율주행 모빌리티 ‘달구벌자율차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