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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 안 돼 괴로운 당신,
혹시 성인 ADHD?

  • 글 김인향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는 과거 아동기에만 국한된 장애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점이 변화해 ADHD를 평생 장애(lifelong disorder)로 본다. 아동기 ADHD는 유병률이 5~7%, 성인기 ADHD는 유병률이 2~3% 정도로, 어릴 때 발병한 ADHD의 절반 이상이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ADHD의 임상적 특징

과거 18세 이전 환자들에만 적용됐던 ADHD 약물이 2016년부터 성인 환자들에게도 보험 적용이 되면서 약물 치료를 받는 국내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기 ADHD 환자가 2017~2022년 사이, 5년 동안 4.5배로 증가했다. 실제로 공부해야 하는데 집중이 안 되거나,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자꾸만 실수를 해서 스스로 ADHD가 아닐까 걱정해 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ADHD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주의력결핍 중에서 여러 가지 증상이 일정 기간 이상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하다. 주의력결핍 증상으로 자기 물건을 잘 못 챙기거나 자주 분실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 것,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바꾸는 것, 일상생활에서의 건망증, 아는 문제도 계산을 잘못하거나 지문을 잘못 읽어 틀리는 등 실수를 자주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으로는 착석이 어렵거나 자리에 앉아서도 자세가 불량하거나 꼼지락거리는 것, 오래 앉아있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 말이 많은 것,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 등이 포함된다.

성인 ADHD는 성인이 되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지 않는다. 잘 모르고 지냈을 뿐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성인기에 자각하여 병원을 방문, 진단받은 경우를 의미한다. 성인 ADHD 환자들의 경우 과거를 돌이켜 보면 ‘개구지다, 덤벙댄다, 건망증이 심하다’ 등의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던 것으로 회상한다.

성인이 되면 아동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과잉행동 증상은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의력 결핍 증상과 충동성 증상은 오래 지속된다. 또한, ADHD 증상이 오래되면 이차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거나 게임이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의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부주의함으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성도 증가한다.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것,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경우 실수가 잦은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시간 약속도 지키기 어려워서 지각하는 경우도 흔하고, 휴대전화나 열쇠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려워서 쉬운 일부터 처리하고, 힘들지만 중요한 일들을 미루다 보니 막판에 급하게 하고 실수하는 경우도 많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보지만, 일일이 메모하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들고 힘들게 느껴진다.

ADHD의 발생 원인

ADHD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운증후군처럼 한 가지 절대적인 유전적인 요소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만으로 ADHD 발병 여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뇌 손상, 미숙아, 산전 엄마의 스트레스나 환경 요인의 노출 등이 작용한다. 한 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됐다고 반드시 ADHD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다. 발병 기전이 복잡하다 보니 현재 의학으로는 ADHD 발생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진단적 검사가 없다.

증상 발현 시 대처 및 치료법

ADHD의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면담에 의해 이뤄진다. 심리검사는 전문의 진단에 참고할 만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확진을 위한 도구는 아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병력 청취가 우선이고, 더욱 객관적인 자료 획득을 위해 전산화된 주의력 검사 및 지능 검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진단받은 후에는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에 따라 약물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일상생활이라면 학업, 직장, 대인 관계, 가족 관계 등이 포함되며 ADHD 증상으로 인해 지장이 있다고 느껴지면 약물 치료를 권장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약물 치료에 대해서 우려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8~12시간이 지나면 몸속에 빠져나가 언제든지 중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약물을 먹어야 하는지 완치약은 아닌지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 약물은 안경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경을 끼면 잘 보이지만 벗으면 안 보이는 것처럼,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집중이 되지만 중단하면 이전처럼 돌아오게 된다. 약물을 먹는 이유는 안경을 끼는 것처럼 삶의 질을 높이고 ADHD로 인해 겪는 일상생활의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생활 속에서 성인 ADHD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중력을 방해할 만한 요소들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기 위해 바로바로 버리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일 ‘to do list’를 만들어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나누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 관리를 위해서 애플리케이션이나 달력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정해진 계획대로 장기간 잘 지킬 수 있도록 꾸준히 스스로 보상을 주고 동기를 유발하는 것 또한 중요한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