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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특례시가 미래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고양 일산테크노밸리의 한 건설 현장. 부지런히 작업 중인 굴삭기, 불도저, 롤러가 움직일 때마다 그 운행 경로가 모니터 위에 선으로 나타난다. 모니터 하단에는 작업자, 작업 시간, 작업 진행률, 운행 속도 같은 상세 정보도 표기된다. 만약 작업 장비가 위험 구역에 진입하면 경고 신호를 발신하기도 한다. 마치 비행기 관제탑처럼 현장을 한눈에 보며 진두지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사 현장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내 지능형건설기술연구실. 이렇게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면 원거리에서도 실시간으로 건설 현장을 관리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BIM-GIS 기반 토공작업 지능형 관제 플랫폼’과 ‘자동화 건설장비 최적경로 소프트웨어(C-맵)’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성과로 2025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이름을 올렸죠.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매년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창출된 성과 중 우수한 성과를 선별하는 제도입니다. 2025년에는 총 970건의 연구 성과가 경합했는데 국토교통부 연구과제 중에서는 단 3건만 100선에 꼽혔어요. 그렇기에 더욱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건설 현장은 공사가 진행될수록 지형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일반적인 지도는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작업 장비에 공사 현장 전용 작업 지도인 C-맵(Construction Map)을 탑재했습니다. C-맵은 당일 작업 구역, 최적 이동 경로, 위험 구역 등을 3D 작업 지도 형태로 장비 화면에 제공하거나 무인 제어 시스템에 전달합니다.
기존에는 건설 현장을 3D 가상환경으로 만드는 1단계 디지털화에 그쳤다면, 본 기술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경로를 계산해 장비를 작동하게 하는 2단계 지능화 기술에 해당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죠. 관련 기술 개발 후 일산테크노밸리, 경부선 신탄진휴게소 하이패스 IC 설치 공사 등 10여 개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실용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런 차별성을 바탕으로 우수성과 100선에 꼽힐 수 있었죠.
빌딩 정보 모델링(BIM), 가상현실(VR), AI, 드론 등 다양한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건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제가 개발한 BIM-GIS 기반 토목 작업 지능형 관제 플랫폼 및 자동화 건설장비 최적경로 소프트웨어 기술도 스마트 건설기술에 해당합니다.
예전에는 관리자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BIM-GIS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 각종 IoT 센서를 활용해 이동형 관제 차량 안에서, 관제사 1명이 여러 대의 장비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작업 동선의 최적화를 이뤄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어요.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현장 운영 방식을 데이터 기반 체제로 전환하는 혁신을 의미합니다.
본 기술은 유인 작업자가 운행하는 작업 장비뿐 아니라 작업자가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작업을 지시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 장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장비가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반자동, 완전 자동, 유인 장비 등 자동화 수준이 다른 여러 대의 이기종 장비군을 한 번에 통제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연구를 시작하던 1990년대만 해도 아직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조차 없었습니다. 제조업 공장과 달리 건설 현장은 통제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건설 자동화나 로보틱스를 구현하는 것이 요원하게만 느껴졌죠. 어려움도 있었지만, 30년간 한 길을 걸어온 결과 2021년 한국건설자동화·로보틱스학회 초대 회장에 선임되는 등 국내 스마트 건설을 이끄는 선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관제가 도입되면, 현장 작업자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장비를 관리하고 시스템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으로 역할이 바뀌게 됩니다. 이는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전환이자 건설 일자리의 고급화를 의미합니다. 청년들이 다시 건설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인식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지속가능성 제고와 일자리 고급화, 건설업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기여하며 건설 산업의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토목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인간이 작업하기 어려운 위험한 공정과 연결해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험한 고소 작업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도록 로봇 플랫폼 및 XR 기반 인간-로봇 협업 기술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발파 작업이 많은 터널 공사 역시 안전사고 우려가 큰 영역인데요. BIM-GIS 통합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터널 굴착 현장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고, 발파나 굴착 등 핵심 공정을 시뮬레이션해 작업 안정성을 분석하는 디지털 트윈 프레임워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실시간 토공 생산성 평가를 위한 비전 기반 덤프트럭 적재량 자동 산정’에 대한 연구 성과를 SCI-E급 국제 학술지인 ‘엑스퍼트 시스템즈 위드 애플리케이션(Expert Systems with Applications, 2024년 기준 IF 7.5)’에 게재했습니다. 본 연구는 영상 기반 AI를 활용해 덤프트럭의 적재량을 자동 산정함으로써 토공 생산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입니다.
건설환경공학은 더 이상 전통 토목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AI, 데이터, 로보틱스와 결합해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어 가는 분야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장을 이해하는 연구자가 돼야 하며, 연구가 실제 산업을 바꿀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한양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혁신을 이루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