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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1년째 국세청에서 세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영탁 동문이 공무원의 길을 택한 것은 어쩌면 필연일지 모른다. 손위 형제들이 모두 공무원이어서 자연스럽게 공무원의 삶을 생각하게 됐고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조영탁 동문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 봉사하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으로 늘 그러한 삶을 꿈꿨다. 그러니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이야말로 천직일 수밖에.
“공무원은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입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갖는 한편,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 당연히 기부와 봉사로 되돌려줘야 합니다.”
조영탁 동문은 세무공무원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기부와 봉사를 삶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그래서일까. 올 1월 성북세무서장으로 새로 취임하게 된 소감을 묻자 “성북구는 서울에서 가장 대학이 많은 곳이라 좋다”는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인즉슨, 종종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무원이 갖춰야 할 소양이나 세무공무원의 길을 알리는 강연을 재능기부로 하고 있는데 성북구는 대학이 많으니 봉사의 기회도 많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해마다 바뀌는 세법을 익혀야 하고 많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세무공무원을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국세청 공무원은 우리나라의 세수입을 총괄 담당하고 국가 예산의 재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4월에 서경대학에서 ‘미래 납세자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재능기부 취지를 전달했음에도 학교 측에서 극구 책정된 강의료를 지급하는 바람에 강의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되돌려 줬다. 그리고 보직 이동 후 적응을 마치자마자 성북세무서 직원들과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일부를 성북구 내 복지기관 중 가장 열악한 곳과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성북구에서의 봉사활동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연탄 배달이나 청소처럼 단순히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운영하는 한부모 가정 창업 지원 프로그램 내 세무 상담을 맡으며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은 지식을 활용해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 상담은 제가 갖고 있는 세법 지식 중 가장 쉬운 분야입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봉사인 셈이죠. 별로 힘도 안 들어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조영탁 동문은 현재 서울봉제산업협회라는 공익법인에서 운영하는 ‘소잉마스터아카데미’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의류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무 강의를 맡고 있다. 물론 강의는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마산세무서에서 근무할 때는 퇴근 후 밤새 차를 몰아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대학생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창신동 일대에서 봉제업에 종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세무 상담도 도맡고 있다. 이렇게 조영탁 공문이 봉제 소상공인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지는 벌써 15년이나 된다.
“2009년경 우연히 봉제업 종사자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창신동의 한 공부방을 청소하게 됐습니다. 그때 공부방 운영자가 제가 국세청에서 일한다고 하니 세금에 대해 무지한 봉제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10명 남짓 모였는데 다들 사업자등록도 안 된 상태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출생신고를 안 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당시만 해도 봉제업 영세 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무자료 허위 매입이 성행했다. 하지만 세금 신고를 해도 소상공인들에게는 면세 조항이 많고, 사업자등록을 하면 오히려 정부에서 진행하는 영세 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쇼핑몰에 입점해 판매채널을 확대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 조영탁 동문은 세무 강의를 하기 전에 사업자등록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자등록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창신동 내 300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이것은 서울시 전역 및 전국의 봉제업 소상공인의 많은 참여를 촉발하는 기적 같은 일로 이어졌다. 국내 봉제산업의 무자료 거래 양성화에 일조한 셈이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반신반의했던 사장님들이 의구심을 버리고 사업자등록 캠페인에 참여해 줘 세무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준 창신동 사장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봉제업 소상공인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조영탁 동문은 이들과 함께 2012년 서울봉제산업협회라는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봉제업 소상공인뿐 아니라 전국 대학 의류학과 학생들을 위한 창업 세무 상담으로 재능기부의 영역을 넓히게 됐다. 사실 봉사는 남보다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하는 조영탁 동문. 한 번 봉사의 행복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으니, 이것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 온 이유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함께하기를 권하다 보니 어느새 봉사 전도사, 아니 행복의 기쁨을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됐다.
“아마 대학 재학시절 ‘사랑의 실천’이라는 교훈이 부지불식간에 저에게 스며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창 시절은 학문을 익히는 시간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성공보다는 행복이 더 중요하며,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은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지려면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죠. 멀리 그리고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를 바랍니다.”
조영탁 동문은 국세청 조사국의 요직인 서울청 조사3국, 조사4국 과장을 거친 실력파로, 조직 안팎의 인정을 받아 왔다. 어느덧 정년퇴직이 1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봉사에는 정년이 없는 법. 조영탁 동문의 사랑의 실천과 그를 통한 행복한 삶은 정년 없이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