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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상냥한 이웃이어야 한다.’ 이임성 동문이 지난 6월 경기도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을 엮어 발행한 <시사법률콘서트>라는 단행본의 서문에서 가장 눈에 띈 글귀다. 법과 상냥한 이웃의 조합이 다소 낯설긴 하지만, 이임성 동문 같은 변호사를 만난다면 마음을 열어 법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임성 동문은 경기 북부지역의 마을변호사, 피해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법률자문위원 및 범죄예방 청소년 선도위원, 이주민과 외국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양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회통합 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해 왔다. 경기 의정부시를 비롯해 동두천시, 양주시와 포천시 등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법률 봉사를 펼쳤다. 그렇게 지역민들의 법률 자문을 도맡다 보니, 어느새 제61회 법의날 기념식에서 국가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하게 됐다.
“법률 서비스 측면에서 낙후된 지역을 위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해온 터라 지역 변호사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훈장을 준 것 같습니다. 사법 서비스 확충을 위해 예전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는 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중 75%가 서울에서 활동한다. 전체 변호사 중 단 25%만이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무변촌’이 53곳(2023년 9월 기준)이나 된다. 무변촌에 사는 주민들은 법률 상담을 받으려면 변호사가 있는 다른 지역까지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법무부에서는 변호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담당 변호사를 배정하는 ‘마을변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임성 동문은 2012년 변호사가 없던 경기 가평군(현재는 존재)에서 마을변호사로 활동했다.
“전화 상담을 하거나 직접 동네에 찾아가기도 합니다. 주로 ‘옆집 이웃과 다퉜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잘 못 샀다’ 등 일상에서 겪게 되는 소소한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에게 상담을 청했을까요.”
1989년 한양대 대학원 재학 시절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임성 동문은 199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육군 검찰관을 거쳐 서울 중앙지검, 인천지검, 성남지청, 의정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15년을 일했다. 변호사로 전향한 지는 이제 15년이 됐다. 부장검사로 마지막 1년을 보낸 의정부에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한 이유는 그 어떤 곳보다 법률 서비스가 절실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할 일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고향이 서울이라 서울에서 개업할까도 했지만 보다 더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의정부를 택했습니다. 의정부지검은 경기도 파주시, 고양시부터 가평군, 강원도 철원군까지 포함돼 관할 구역이 굉장히 넓습니다. 하지만 면적이나 인구 대비 사법시설은 열악한 편입니다. 서울과 가깝지만 도농복합 지역에, 한국전쟁 후 미수복된 지역과 경계하고 있어 농지법이나 이주노동자 문제, 등기부등본 유실에 의한 토지 소송 등 서울에서 접하기 힘든 사건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했던 태국인 이주노동자의 시신유기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때 언론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 학대 의혹 등 농장주에 대한 여론재판이 벌어졌다. 하지만 농장주는 평소 고인과 잘 지냈고,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자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뒷산에 몰래 묻은 것이었다. 사체유기라는 죄는 지었으나 과도하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 변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때 이임성 동문이 포천시청과 외국인보호센터로부터 의뢰를 받아 농장주 부자의 변론을 맡았다.
“불리한 상황이라 부담이 되기는 했으나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죄를 지었어도 그에 대한 벌만 받아야 합니다. 학대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유족과 합의해 탄원서를 받았고, 농장주는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고인의 천도제도 지내줘 유족들이 태국에서 와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자칫 태국과의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원만하게 잘 해결됐습니다.”
본업만으로도 바쁜 이임성 동문. 그가 이렇게 지역사회 법률 소외계층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하는 이유는 의외로 심플했다. 오랜 공직 생활 동안 국민들의 세금으로 생활했으니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변호사 업무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녹봉을 받으며 일했기 때문에 변호사를 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직에서 쌓았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나눠줘야죠.”
이러한 생각은 모교인 한양대로도 연결된다. 4년 전액 백남장학금을 받고 법학과에 입학한 이임성 동문은 학비 지원뿐 아니라 인격 형성, 선후배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등 학교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바쁜 일과를 쪼개 법학과의 후신인 정책학과 멘토 활동을 10년 넘게 이어왔다. 스타트업지원단 및 사이버대학에서 강의도 맡았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준 한양대는 제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였습니다. 법대 학생회장을 하며 학교 당국과 대립하기도 했지만 학자의 길이 아닌 고시를 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사실 좀 문제 학생이었기 때문에 제가 고시에 합격했다고 했을 때 다들 놀라더군요. 사랑하는 한양 후배 여러분들도 대학 생활을 역동적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가 받은 교육과 기회가 사회로부터 받은 소중한 혜택임을 항상 기억하세요. 지식과 재능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이임성 동문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서울고등법원 의정부 원외재판부를 유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 인구가 1350만 명인데 도청이 경기 남부 수원에 있어 경기 북부 지역민들은 불편한 점이 많은 탓이다. 이임성 동문만 해도 경기도 새마을회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데 의정부에서 수원까지 가야 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고양, 파주, 가평, 구리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 북도 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는가 하면, 경기 북부 고등법원의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여해 서울에 편중된 중앙집권 현상을 완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임성 동문. 지역 변호사답게 마지막 바람까지 지역 발전에 대한 염원이 가득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