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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을 위한 N가지 도전!
다음 스텝은 에베레스트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한인석 설립총장 (화학과 77)

  • 글 김현지
  • 사진 손초원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학업이나 직업적 성취일 수도 있고, 취미나 사회 참여를 향한 열정일 수도, 아주 평탄하거나 굴곡진 인생사일 수도 있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한인석 설립총장의 삶은 믿기지 않게도 그 모든 키워드를 아우른다. 그의 삶은 그야말로 도전과 열정의 수만 가지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법을 바꿔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를 설립하다

한인석 설립총장은 자아실현에 진심인 MZ세대마저 놀랄 N잡러이자 N꿈러이다.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과학자, 벤처사업가, 경영 멘토, 산악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그의 삶을 세밀히 살펴 책을 낸다면 장편의 대하소설 수십 권이 뚝딱 떨어질 것이다.

강원도 소년이었던 한인석 설립총장은 중학교 때 서울로 와 유학을 시작했고 한양대학교 화학과에 진학했다. 군 복무 이후 5년여는 한양대 부속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골형성부전증으로 아픈 딸을 위해 미국행을 결정, 치열한 노력 끝에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인데, 당시 논문이 생화학 분야 최고 학술지에 게재되며 이슈가 됐다. 미시간대학교 의대 약대 연구원을 거쳐 2001년 유타대 공대 재료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가 됐고 이후 바이오센서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이렇게 다이내믹한 그의 삶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캠퍼스 설립이다. 2014년 인천 송도에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를 유치한 그는 설립총장으로서 캠퍼스의 초석을 다졌다.

“한국 정부와 인천시는 송도를 글로벌 시티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글로벌 시티로 거듭나려면,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대학을 유치해야 합니다. 그 당시 한양대 동문인 최현길 선배님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계셔서 인연이 닿았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에 기여한다’는 유타대의 미션에도 꼭 맞는 일이었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당시 미국 유타주 법 아래에서는 해외 진출이 불가능했던 것. 한인석 설립총장은 이에 주저하지 않고 해당 법을 바꾸고자 노력했고, 마침내 해외에 최초로 유타대 캠퍼스를 설립해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말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공은 그의 몫이다.

“다른 이에게 맡길 수 없으니 제가 나서서 추진해야 했습니다. 유타대에 정식으로 해외 캠퍼스 설립을 제안한 뒤 여러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어요. 캠퍼스 건축, 예산 편성, 자금 마련 등 수많은 문제를 조율해야 했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극적인 학생 교류를 추진하는 등 꼼꼼하게 미래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준비하는 6년간 힘든 일도 많았지만, 조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보람도 컸습니다.”

성공하는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여정

한인석 설립총장은 큰 족적을 남긴 학자이자 교육자이지만, 1세대 벤처사업가이자 경영 멘토로서도 활약해 왔다. 미국 유타주에서 당뇨병 환자용 혈당측정기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엠-바이오텍’을 창업했고, 한양대 특훈교수로서 치매 진단키트 등을 연구‧개발해 한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청이던 시절부터 해외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씨젠, 메디톡스 등 수많은 바이오 기업을 자문하고 산학협력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미국에서의 창업 경험과 기업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사단법인 글로벌창업협회를 설립하고 한국의 신생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도왔다. 최근에는 민간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터인 송도바이오융복합센터를 이끌며 우리나라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송도를 바이오 단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초기부터 펼쳐 왔습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 판단했지요. 다행스럽게도 송도는 바이오 특구로서 성숙도 높은 상업화 중심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송도바이오융복합센터는 민간 바이오‧헬스 전문 공유오피스로서 지역 대학들과 협력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현재 사무실과 실험실 등을 갖춘 약 1653㎡(500평) 공간에 2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인석 설립총장은 센터장으로서 다양한 활동으로 얻은 자신의 인맥과 노하우를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긍정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려 노력한다는 한인석 총장은 성공하는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을 목표한다. 그는 모교 후배들을 위해서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 중이다. 동문들과 함께 발전기금을 전달해, 한양대 화학과 후배들이 장학금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이끌고 있다.

산과 함께 그려온 삶의 궤적

올해로 65세인 한인석 설립총장. 수많은 도전과 성취, 열매를 맺어온 그의 삶에 더 이상의 도전이 남아 있을까? 질문이 무색하게도 그의 대답은 ‘확신의 예스’다. 그는 마음에 품은 꿈을 완수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로 떠났다.

한인석 설립총장은 사실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기록을 보유한 산 사나이다. 한양대 산악부 가입으로 시작된 그의 산악활동은 지난 45년 동안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아프리카, 유럽, 북미, 남미, 호주, 남극 등 6대륙 최고봉에 올랐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50개 주 최고봉을 등정했다.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면, 7대륙 최고봉 완등과 한국인 최고령 7대륙 등정자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등정은 산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과정입니다. 산이 좋은 이유는 아무리 높고 험난한 봉우리라도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천천히 나아가면 언제고 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성취감이 큰 매력이고, 우리 인생과 비슷한 점이죠. 등산은 제 삶의 일부예요. 평상시에도 연중 최소 2~3달이 산행으로 채워집니다.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술도 잠시 끊고, 매일 성실히 훈련에 임했습니다.”

산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는 한인석 설립총장. 그에게 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자 삶의 스승이고 운명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다는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나면 그의 도전은 끝이 날까. 산과 함께하는 한인석 설립총장의 도전과 열정은 언제까지고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한국에 있으면서 17개 광역시‧도 최고봉을 완등했는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산은 역사와 문화, 종교와 믿음이 함께하는 곳이에요. 에베레스트 등정이 끝나고 나면, 17개 광역시‧도 최고봉 산행 프로그램을 통해 산에 대한 인식을 높일 계획입니다.”

오는 4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한인석 설립총장은 이미 6대륙 최고봉을 완등했다. 이미지는 해발 4892m에 달하는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산(Mt. Vinson Massif) 등정 모습.
한인석 총장은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50개 주 최고봉에 올랐다. 이미지는 미국 오레곤주 최고봉인 후드산(Mt. Hood, 해발 3402m) 등정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