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VOL. 260

COVER STORY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 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 더욱 주목하게 될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 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 더욱 주목하게 될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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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것은 지나간 어제의 것이 아닌, 다가올 내일을 풍부하게 해주는 새로운 것이 아닐까?” 강다니엘과 챈슬러가 리메이크한 ‘플라이’를 들으며 원곡자인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한 말이다. 2006년 공개된 ‘플라이’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최근 싸이월드는 과거 미니홈피 BGM 인기곡들을 리메이크해 6월부터 음원을 공개하고 있다. 소유, 기프트, 가호, 에일리, 정승환, 매드클라운 등 신세대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공개한 프리스타일의 ‘와이’ 커버 무대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조회 수 200만 뷰를 넘어섰다. ‘놀면 뭐하니?’는 싸이월드에서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모아 연말 ‘싸이월드 BGM 특집’을 준비 중이다.
과거, 소수만의 ‘힙(Hip)’한 문화로 여겨지던 복고 현상은 음악, 영화, 음식, 공간으로 넓게 퍼지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1960~70년대 을지로 노포와 1920년대 개화기 익선동 한옥 마을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식당들은 레트로 식기와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1952년 인천에서 탄생한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 패키지를 반영한 곰표 맥주는 어느새 편의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로 사랑받고 있다. 하얀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동일 콘셉트의 팝콘, 화장품, 치약, 막걸리, 식혜뿐 아니라 패딩까지도 등장했다. 곰표 밀가루만이 아니다. 말표 맥주나 유동골뱅이 맥주도 있고, 진로 소주의 추억의 두꺼비도 젊은 층에 파고들었다. 1987년 발매된 나이키의 에어맥스(Air Max)는 다른 러닝화에 비해 기능성에서는 뒤처져 버렸지만, 오늘까지도 나이키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사랑받는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풍을 뜻하는 ‘Retro’가 합쳐진 신조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18)에서한 해의 키워드로 선정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따르면 뉴트로는 레트로와 마찬가지로 옛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 세대들에게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레트로는 ‘과거 지나간 것을 지금 생각한다(thinking now about something in the past)’는 의미의 ‘Retrospect’의 줄임 말이다. 1970년대 패션업계에서 1940년대 스타일을 재현한 ‘레트로 룩(Retro Look)’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이후, 레트로는 패션뿐 아니라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며 과거의 것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실 ‘과거의 것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행위는 레트로나 뉴트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리고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뉴트로는 중장년층의 향수가 아니라 신세대 젊은이들이 원하는 신선한 새로움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1970년대부터 나타난 ‘레트로 패션’ 역시 중장년층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추억과 향수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스타일을 재해석함으로써 ‘신선함’을 제공했다. 결국 뉴트로와 레트로는 과거를 재현하고 신선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소비 주체를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층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로 구별한다는 것에도 그다지 동의하기 어렵다.
뉴트로와 레트로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문화 현상이다. 굳이 구별하자면, 뉴트로는 ‘지금의 레트로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레트로와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첫째,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레트로가 과거의 문화 코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스타일 차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 다면,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다. 과거의 레트로 패션은 절대 촌스럽지 않았고, 옛날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세련되고 신선한 매력’을 창조했지만, 뉴트로 패션은 곰표 밀가루 패딩처럼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조금 촌스럽지만 낯선 매력’을 제공한다.
둘째, 뉴트로와 레트로는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에 차이가 있다. 1971년 디자이너 입생 로랑이 1940년대 패션을 차용한 레트로 룩을 창시하면서 레트로 패션이 자리 잡았듯, 레트로는 과거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생산자의 창의성이 중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레트로는 그저 촌스러운 것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옛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문화의 주체가 된다.
셋째, 뉴트로와 레트로는 옛것의 적용 범위가 다르다. 과거의 레트로가 스타일을 차용하는 디자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뉴트로는 수십 년 전 과자와 아이스크림, 옛날 분식집의 그릇, 을지로의 노포, 개화기 한옥이 가득한 익선동 등 우리 생활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금의 뉴트로는 과거의 레트로와 다르다. 문화의 주체로 떠오른 젊은 세대가 과거의 젊은 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디지털 미디어와 함께 태어 나고,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기를 거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 폰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회화 과정을 거친 세대다. 이들은 성장한 이후에 디지털 세상을 경험한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녔다. 그렇기에 ‘옛것을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도 과거의 레트로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먼저,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다양한 선택의 자유’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들이 살아온 디지털 세상에는 언제나 수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디지털 게임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아주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옛것의 재현’인 뉴트로 코드 역시 모두 따르는 요즘 유행, 세련된 최신문화 이외에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선택 옵션 중 하나로서 충분히 가치 있다.
또한, 수많은 가짜 정보 속에서 사회화 과정을 경험한 디지털 네이티브는 정보 진실성에 관한 확인과 검증을 원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정보에는 진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댓글과 추천이 있고,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이들이 즐기는 ‘옛것’ 역시 과거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즐겼던 스토리가 있고, ‘52년 인천생 곰표’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곰표 밀가루의 탄생이나 오늘의 나이키를 만들어낸 나이키 에어맥스와 같은 역사가 있다. 뉴트로는 역사와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로 인해 과거에 사랑받았다는 점에서 ‘근본이 있는 검증된 문화 코드’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모르는 사람과 디지털 세상에서 관계를 맺어 온 디지털 네이티브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뉴트로 문화는 옛것을 즐긴다는 것 자체이기도 하지만, ‘나는 새롭고 신선하며 근본이 있는 과거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SNS를 통해 뉴트로 문화를 나누고, 서로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생활 문화 전반으로 폭넓게 확산하는 것이다.
뉴트로는 과거로의 회귀, 향수나 추억이 아니라 역사와 가치가 있는 신선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레트로’다. 뉴트로를 통해 젊은 세대는 ‘근본이 있는 옛것’이 말해주는 역사와 가치를 이해하면서 과거와 소통하고, 자기들끼리 공유하고 즐기며 확산시킨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이제껏 존재했던 그어떤 젊은 세대와도 확연히 차별된다. 모두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단절을 이야기하지만, 뉴트로가 과거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세대 간의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