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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마약 범죄,
안전망 설계와 예방이 중요하다

  • 글 ERICA캠퍼스 약학과 유혜현 교수
최근 마약 관련 범죄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정황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되고 대학가에 마약 광고가 걸려 큰 이슈가 됐다. 군부대 내에 대마초를 반입한 병사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마약이 퍼지는 이유와 그 심각성에 대해 짚어본다.

청년층으로 퍼지는 마약 범죄 화두

2023년 4월 수원지검 형사6부에서는 2022년 9월부터 지속해서 관내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에 대한 수사를 통해 마약사범 29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적발한 마약사범들로부터 약 39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합성대마, 필로폰 등 합계 32억 2000만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다량의 합성대마와 대마초, MDMA 등을 소분해 포장한 뒤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류 유통 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청소년들이 마약 범죄에 관련된 사례는 더 있다. 여고생에게 필로폰을 제공해 투약하게 한 마약사범 9명을 기소한 사건(2023년 5월, 대구지방검찰청), 14세 여중생이 텔레그램으로 필로폰을 구입해 또래 남중생 2명과 투약한 사건(2023년 3월, 서울북부지검), 17세 여성 청소년이 성인 2명과 함께 텔레그램과 비트코인으로 필로폰을 구입 및 투약해 구속기소 된 사건(2022년 4월, 서울서부지검) 등 10~20대 청년층으로도 마약 범죄가 점점 퍼지는 상황이다. 이는 마약 범죄가 예전과 다르게 인터넷, SNS, 다크웹 등 온라인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검색을 통해 비대면으로 손쉽게 마약류를 구입할 수 있는 유통 경로가 노출돼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마약류의 심각성과 피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최근 급증하는 마약류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마약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번 칼럼을 통해 마약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마약류에 빠지는 이유는?

국내 ‘마약류관리법’ 제2조에 의하면 마약류는 마약(양귀비, 아편, 코카인 등), 향정신성의약품(메트암페타민, LSD) 및 대마를 일컫는다고 정의돼 있다. 즉, 마약류는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중추신경의 작용을 과도하게 하거나 억제하는 물질 중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서, 관련 법규에 따라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마약’이라는 단어는 좁은 의미로서의 마약과 더불어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그리고 임시 마약류(마약류가 아닌 물질이나 약물, 제제, 제품 중 오용이나 남용으로 인해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돼 긴급히 마약류에 준하여 취급 및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증한 물질) 등 모두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최근에는 정보의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이 물질들을 총칭하는 용어로서 ‘마약류’라고 부르고 있다.

처음부터 마약류 오남용으로 약물 중독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우연한 호기심 혹은 주변인의 권유로 인해 마약류를 처음 접하게 된다. 접하는 마약류에 따라 다양한 작용들이 일어난다. 아편, 모르핀, 천연 및 합성 마약은 강한 대뇌 흥분 작용, 정신착란, 공격적 행동유발 및 환청, 환시 등 환각 현상을 일으키고,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흥분, 환각, 억제 작용을 야기한다. 그리고 대마의 경우, 소량 복용 시에는 도취감, 꿈을 꾸는 듯한 기분, 감각의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지만, 다량 복용하면 사고단절, 자아상실, 환각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작용들은 일시적으로 육체와 정신적 고통을 완화해 주고, 해방감이나 에너지가 증가하는 느낌, 평온함, 만족감 등을 주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마약류를 복용하면 뇌 속 도파민 수치가 평소와 다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신경 세포에 있는 도파민 수용체와 도파민이 결합해 쾌락 반응을 나타내는데, 마약류 오남용이 지속되면 항상성 유지를 위해 체내에서 수용체 수를 줄인다. 그러면 같은 마약류 투여량으로는 초반과 같은 정도의 쾌감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더 많은 도파민이 필요해지고, 이에 따라 점점 마약류 투여량은 증가하며, 투여 빈도도 늘어나게 된다. 마약류 오남용이 시작되면 의사 결정 능력, 행동 조절 능력 등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에 물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결국은 본인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마약류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뇌를 망가뜨리고 범죄로 이어지는 마약류의 위험성

마약류는 대부분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특히 뇌의 구조 및 기능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뇌의 손상은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 환각, 공황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유발하고, 판단 및 자제 등 전반적인 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 마약류를 의도적으로 과다 투여하거나 정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고 유통되는 마약류에서 발견되는 여러 화합물에 의해 예기치 못한 독성이 발생하면, 결국은 사망에까지도 이를 수 있다.

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마약류를 최초로 접했을 때 젊은 성인에 비해 중독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점점 청소년층까지 번지는 마약류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마약류는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2, 3차 범죄 및 사회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사안이다.

마약류와 연관된 범죄로는 성범죄가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손꼽힌다. 대표적으로 데이트 강간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를 예로 들 수 있다. 음료나 알코올 등에 몰래 데이트 강간 약물을 넣어 마시게 한 후 의식을 잃으면 성폭행 등을 행하는 범죄로,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 플루니트라제팜 및 케타민 등이 사용된다. 데이트 강간 약물은 무색, 무취로 육안상으로는 구분이 불가하기에 섭취 후 본인도 모르게 의식을 잃으며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처방약이 아닌 비슷한 모양의 가짜 약(펜타닐 또는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약)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사망자 및 환자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렇듯 마약류는 점점 새로운 방식으로 범죄에 사용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6년부터 마약 청정국 지위 잃은 대한민국

마약 청정국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 경우로 이해되고 있다. 마약 청정국으로 오랜 시간 지위를 유지했던 대한민국은 2016년부터 더 이상 마약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마약류 범죄자들은 2019년 1만 6044명, 2020년 1만 8050명, 2021년 1만 6153명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1만 5000명 이상의 사람이 마약류 범죄에 가담하고 있으며, 압수되는 마약 압수량 또한 매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지면서 다크웹, 텔레그램 등의 SNS 및 온라인상에서의 비대면 마약류 거래가 가능해져 손쉽게 마약류에 접근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유통망이 형성돼 국가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류가 유입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가‧사회적으로 △마약류 불법 행위 단속 및 처벌 강화 △온라인 불법 유통 및 처방행위 신속 차단 △교육 콘텐츠 개발 및 지원 강화 △예방 교육 담당 교원 및 강사 전문성 강화 △마약류 중독 예방 홍보 및 교육 등과 같은 제도들을 마련하면서 마약류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의료기관과 같이 환자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마약류 사용이 이뤄지는 곳에서도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해 우려를 낳았다. 이는 마약류 오남용, 원내 마약류 도난 등 마약류 관리 소홀로 인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책임감을 가지고 마약류 관리업무에 대한 보안 및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 환자에게 적절한 용량을 투여하면서 마약류 중독 증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마약류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마약류로 망가져 버린 신체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단순한 호기심 혹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 마약을 접하거나 전문적으로 처방받지 않은 마약류를 오남용하게 된다면 소중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국가와 사회의 여러 안전망 설계와 더불어 마약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마약류의 위험으로부터 본인을 지키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