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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정복을 앞당기는
‘조절 T세포 유도 펩타이드 신약’ 연구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

  • 글 이연주
  • 사진 손초원
최제민 교수 연구팀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조절 T세포 펩타이드를 개발해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앞당기고 있다. 해당 연구 성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2021년 7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T세포에 충실한 기초 연구를 통해 면역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공헌하는 최제민 교수를 만났다.

펩타이드로 T세포를 자극해 조절 T세포 생성

“제가 관심 있게 연구하는 질환은 다발성경화증입니다. 이 질환은 중추신경계에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뇌와 척수에 침윤한 면역세포들이 염증을 일으키며 신경교란을 야기합니다. 중추신경계에 약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혈관-뇌 장벽을 통과하기가 어려워 치료적 접근에 큰 한계가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투과 펩타이드 연구를 진행했고,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체내의 정상 세포와 조직, 장기를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 류마티스,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다발성경화증은 재발이 반복되고 약의 흡수가 어려워 치료제가 마땅치 않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최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펩타이드를 통해 조절 T세포를 전달하고 그 효과를 지속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다발성경화증뿐 아니라 건선이나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질환에서도 피부장벽을 통과해 약물 전달에 큰 효과를 보인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사항은 염증 조절을 위해 자기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를 찾아서 제거하는 것과 조절 T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생체 내 조절 T세포 증가를 위해 T세포 분화 조절 관련 인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조절 T세포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CTLA-4 신호를 활용해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냈습니다.”

조절 T세포 치료 연구는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진행되는 큰 과제 중 하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환자의 면역 작용을 조절하는 조절 T세포 증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는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를 분리해 조절 T세포로 만든 뒤 체내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절 T세포를 주입한 결과, 체내에서 그 성격이 다시 바뀌는 문제가 있어 신약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최제민 교수는 펩타이드를 이용해 생체 내에서 T세포를 자극, 직접 조절 T세포로 변환하는 형태로 연구 방식을 전환했다.

“CTLA-4의 일부분을 펩타이드 형태로 주입한 결과 T세포가 조절 T세포로 바뀌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펩타이드 약물을 주사해 몸 안에서 조절 T세포를 만들어 내기로 했죠. 이렇게 하면 생성된 조절 T세포에 의해 좀 더 오랫동안 염증을 조절하게 됩니다. 따라서 약물 주사를 멈추더라도 그 세포 수가 이미 많이 생겼기 때문에 약효를 볼 수 있습니다.”

CTLA-4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이며, 또한 조절 T세포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제민 교수는 CTLA-4를 이용해 조절 T세포의 신호 전달을 증가시킬 수 있는 펩타이드를 설계해 조절 T세포의 증량을 확인했다. 이 펩타이드는 세포투과 펩타이드와 접목해 혈관-뇌 장벽, 피부 장벽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고 효과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이펩타이드 개발은 조절 T세포 연구에 있어 최제민 교수만의 차별 포인트다. CTLA-4 펩타이드를 T세포에 전달, 조절 T세포로 분화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다발성경화증의 병증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는 2021년 7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제14호의 표지로 선정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제민 교수는 T세포에 집중된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고 조절 T세포 펩타이드를 개발함로써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앞당기고 있다. 사진은 최제민 교수가 이끄는 세포면역학연구실 전경.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 여정

“기초 면역학적 질문으로 접근하는 연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연구, 이렇게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어요. 기초 연구의 경우 T세포의 특징으로 알려진 항원 특이성에 더해 항원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방관자 T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합니다.”

최제민 교수가 이끄는 세포면역학연구실은 기초 면역학적 연구를 통해 항원 특이성을 가지는 T세포의 특징을 배경으로 항원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방관자 T세포가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있어 방관자 T세포의 기능을 조절, 제어하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항원 특이적 T세포에 집중된 치료 방식에서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규명함으로써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통해 최제민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 회원, 조선일보와 한림원이 선정하는 세계적 젊은 과학자 6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제민 교수는 박사과정 당시 우연한 계기로 면역세포공학연구실에 들어가 CTLA-4, 조절 T세포, Th17 세포 등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연구 논문을 접했고, 자연스레 면역학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해 왔다. 면역학자로서 20년 차. 최제민 교수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고민과 그 수수께끼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연구자로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대학 연구실에서 맺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결실을 보인 최제민 교수는 펩타이드 개발을 통한 신약 개발 연구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와 특허를 바탕으로 비임상 연구, 임상 연구로 점점 단계를 발전시켜 실제적인 신약 개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글로벌 제약회사들과의 협업과 기술 이전을 통해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약 개발 연구는 기본적인 검증을 거친 이후 약물로서의 효용성을 검증한다. 약물 투여 용량에 따라 신체 반응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독성지표를 바탕으로 분해와 배출, 투여 경로, 보관 기간, 온도에 따른 안정성, 대량생산 공정 등 약물 실효성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은 효과적인 약물 성분인지 파악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적 절차이며, 최종적으로 미국 FDA,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허가를 통해 전문기관에서 허가한 약물만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고, 임상시험이 통과되어야 실제 신약으로 인정이 된다. 연구실을 넘어 공신력 있는 기관을 거쳐 검증을 거듭한 후에야 임상시험이 허용되는 철저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큰 노력이 소모된다. 강의와 연구 병행만으로도 꽉 찬 일정이지만 최제민 교수는 목표를 위해 기꺼이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신약 개발이라는 결실, 한양대학교 연구실의 순수한 연구 결과물로써 자가면역질환 개선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국내의 독자적인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지속해 면역학자로서 인정받고자 합니다. 세포와 생명 현상에 관해 탐구하면서 작은 분야라도 최초로 규명해낸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더불어 최제민 교수는 해외 연구실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퀄리티 높은 연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아무리 의료, 생명과학 기술이 진보했다 하더라도 탐구를 통한 새로운 발견과 연구에는 끝이 없다. 최제민 교수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류에 꼭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이 최제민 교수 연구의 원동력일 것이다.

국내의 독자적인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를 지속해,
신약개발을 성공할 수 있는
면역학자가 되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제 포부입니다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