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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일곱 가지 문해력 조언

  • 글 국어교육과 조병영 교수
정보력이 경쟁력이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정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를 맞이했다. 스마트한 첨단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습득하느냐가 중요한 능력으로 자리 잡은 이때. 디지털 문해력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꼭필요한 역량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당신의 문해력을 점검해야 할 때이다.

사회를 읽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힘, 문해력

최근 ‘심심한 사과’ 논란이 빚어졌다. 진심으로 깊이 사과한다는 말이, 하릴없이 지루하게 사과한다는 말로 곡해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언쟁이 일었다. 심심한 사과 논란은 단지 한 개인 또는 몇몇 젊은이들의 어휘력, 공감력 결핍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 즉 한 사회가 언어를 읽고, 반응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보다 넓은 의미의 문해력인 ‘리터러시(literacy)’에 대한 사회적 이해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문해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증진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정답 없는 질문에 대응하는 데 왕도가 있을 리 없지만, 생각을 조금 더가다듬기 위해 분명히 고려해 볼 것들은 몇 가지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전문가, 시민이자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양육자 또는 어른으로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해력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일곱 가지 생각을 섣불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문해력은 ‘능력’을 넘어서 ‘실천’이다.

문해력이란 다양한 기호, 의미, 세상을 읽고 쓰는 일과 관련되는 것이기에 그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좋은 문해력을 갖춘 사람들은 좋은 읽기, 좋은 쓰기, 좋은 대화하기를 풍부하게 경험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실제적인 읽기와 쓰기를 의미 있게 체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공부와 성적이 문해력의 전부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진화를 구성하는 일상의 실천(읽고 쓰는 실천)적 의미 구성력이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사회정서적’으로 발달한다.

다시 말해, 문해력을 잘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문해력의 효용이 사라진다. 어떤 일을 아무리 잘해도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혹여 당신이 선배, 상급자, 지도자, 양육자, 조력자, 지원자 등으로서 누군가의 문해력 증진을 도와야 할 위치에 있다면, 그들이 무언가를 “읽고 쓰고 싶은 마음, 소통하고 싶은 마음,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당신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당신의 문해력은 ‘기회’와 ‘경험’의 산물이다.

가령, 당신의 아이가 글 읽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글을 읽기 싫어한다고 판단될 때, 당장에 아이를 나무랄 이유는 전혀 없다. 근거 없이 조바심을 내고 법석을 떨기 전에 당신의 아이가 가정, 학교, 공동체를 두루 걸쳐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무엇에 대해서, 얼마나 의미 있게 읽고 써 볼 기회가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아이가, 그리고 당신이 다양한 말과 글, 책과 지식, 정보와 자료, 텍스트와 미디어를 어떻게 경험해 왔는가 스스로 질문해 볼 일이다.

많은 사람의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문해력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학교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문해력의 발달, 과정, 요인들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지도한다. 가령, 의무교육 중에 우리는 글자를 읽고 쓰는 일, 단어와 문장을 읽고 쓰는 일, 내용을 파악하고 생성하는 일, 자료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 다양한 텍스트로 소통하는 일을 학교에서 배운다. 대학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최적의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 정교하게 읽고 쓰는 일을 체계적으로 경험한다. 체계적 교육, 전문가적 교육은 학교에 맡겨 주어야 한다. 그만큼 학교도, 대학도 학생들이 문제해결적으로 읽고 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하고 체계적으로 제공할 방법을 혁신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여러분의 인식과는 달리 우리가 태어나 자란 가정은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핵심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삶의 문제 상황 안에서 간단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문화가 가정에서부터 경험될 수 있을까?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 문해력이 제대로 발달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당신의 자녀, 당신의 후배, 당신의 동료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즐겨 하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해 보자. 누구나 읽고 싶은 것들, 알고 싶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찾아 읽고 배우게 된다. 그러니 여러분 곁의 사람들을 깊게 이해하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책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 주자. 대화로 시작하는 책 읽기, 함께 하는 독서 생활은 그 좋은 시작이다.

디지털을 ‘적’으로 보는 것은 소용없고 위험한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뉴미디어, 디지털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문자 중심의 책 읽기나 글 읽기와 더불어 복잡한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다루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혹시 디지털이 문해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피하고 억제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이 문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그 해결 방법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책 1시간 읽으면 스마트폰 30분 하게 해 줄게!”라고 제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을 미디어 회피의 도구가 아니고, 책 읽기는 그것 자체로 효용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문해력은 디지털 문해력, 디지털 유창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능적 문해력에 더하여 ‘비판적 문해력’으로 진화하자.

정보를 취득하는 기능적 문해력만으로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어려운 시대다. 비판적 문해력은 탈진실 사회를 살아가는 핵심 역량이자, 누군가를 믿기 어려운 세상에서 타인과 공감하여 살아갈 수 있는 “이해의 터전”을 만들어 준다. 이것은 언어적, 시각적, 감각적 자료들을 정확하게 읽고, 맥락을 고려해 의미를 파악하며, 질문과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문제, 논쟁, 사람, 관계, 사회, 환경을 생각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왜 우리에게 문해력이 필요할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자. 우리의 인생만큼 유통기한이 긴 문해력에 관심 가져야 한다. 생활인, 직업인, 전문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평생의 ‘생각과 삶의 도구’(조병영, 2021,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쌤앤파커스)로서 문해력에 접근해 보자.

앞의 일곱 가지 문해력 조언은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 동료와 협력하는 직장인, 조직의 발전을 꾀하는 지도자,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시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이 조언들은 결코 ‘남’을 위한 조언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우리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아 내일을 여는 바로 당신을 위한 지침이다. 당신의 문해력이 사회의 문해력이며, 그것이 미래의 문해력임을 잊지 말자.

본 칼럼은 2022년 서울시교육청 주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강연”의 내용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힙니다.